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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벗

어머니로부터 배우는 것 : 계속 꿈꾸는 사람

지난 주에 엄마가 서울에 왔을 때, 서로의 크고 작은 안부를 나누었다. 그 중 하나가 고속도로 개통 기념으로 다가오는 주말에 자전거 폭주(?)를 뛸 것이란 이야기였는데, 폭주 전 몸풀기 라이딩을 할까 하지말까가 그녀의 고민이었다. 한 달 정도 라이딩을 쉬었으니 몸풀기를 하는게 어떠느냐는 대답을 했지만, 그거까진 모르겠고 오늘 폭주 사진을 보내왔다.

엄마는 늘 액티브하다. 새로운 뭔가를 끊임없이 한다. 지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자전거를 시작했다고 했을때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지난 7월 말 무렵에 자전거를 시작하며 엄마가 남긴 소감.
/오늘 처음으로 동호회원들이랑 수성못까지 갔는데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를 비켜가면서 못을 한바퀴 도는데 혹시나 사람들과 부딪힐까봐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오늘 산격라이딩 입회 기념으로 오리배를 태워주더라~ㅋㅋ

못 하나 도는데도 긴장했던 그녀는, 60만원 가량하는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하고 소나기 오는데도 타고 아스팔트에 굴러서 얼굴 다 까고 그래도 집에 자전거를 끌고 오고 또 타러 나갔다. 함께쓰는 쿠팡 구매목록엔 자꾸만 자전거 용품이 하나 둘 쌓이고, 급기야는 80km 왕복을 뛰었다는 소식을.

오늘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을 여사님 얼굴을 그려보며, 문득 여사님 나이를 가늠해봤다. 곧 예순. 와!

나는 예순에 자전거 타겠다고 아스팔트 위를 구를 용기가 있을까? 자아를 찾겠다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호텔 대신 게스트하우스에서 기꺼이 자려할까? 손에서 책을 놓지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할까? 젊은애들이나 쓴다는 페이스북을 할까? 그녀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몇번이나 도전에 실패했다던 <안나 카레리나>와 <라이프트렌드 2017>이다.

주변에서 '어머니 멋있다'는 말을 하는데, 사실 하도 들은데다가 나 멋있다는 얘기가 아니니까 -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호! - 반은 귓등으로 흘렸는데, 정말 멋있는 여자다.

엄마에게 고마운 점을 세가지 꼽으라면
1. 늘 맛있는 음식을 해주신 것.
2. 없는 형편일때도 넘칠만큼 책을 사주신 것. 그리고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신 것.
3. 나를 늘 믿어주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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