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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구매 大환영, 단순변심 절대 NO NO!

지나는 길에 자주 이용하는 화장품 샵을 들렀다. 바디버터를 하나 살까 망설이다가 일단 계산을 했는데, 몇걸음 걷다 생각해보니 다른곳에서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가 환불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방금 계산을 했던 아가씨가 다른 직원을 부른다.
'죄송한데 환불 좀 해주세요'
5분전에 산 물건을 환불하는게 뭐 그리 죄송스러울 일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의 무의식이 나로 하여금 죄송한 기분을 들게하여, 나는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안면에 띄우고 있었다. 그러자 아가씨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묻는다. (묻는다기 보다는 따진다는 표현이 맞겠다.)
'왜 환불하시는건데요?'
'아...그러니까...다른데서 사는게 더 낫다 싶어서...그런데 제가 이런거 까지 말해야되나요?'
'당연하죠. 이유를 들어봐야 될꺼아니예요. 단순변심은 환불 안되거든요?'

뭐 내가 범죄자인양 취조당하고 물건값을 받아왔는데 몹시 기분이 나빴다. 단순변심 환불. 좋다. 그런데 과연 '단순변심환불' 이란 말이 얼마나 판매자 위주의 사고방식인가. 막말로, 내가 물건을 사서 고심끝에 환불을 할수도 있는건데 내가 아무리 복잡변심인들 일단 돈 손에 쥐었으면 됐다는 식이다.

그러고보면 꼭 '환불'이라는 절차속에는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미묘한 감정싸움이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는듯 싶다. 예전에 친구가 옷을 산뒤 환불하려 했을때도 옷가게 주인이 욕빼고는 다 말한 식이었고, 몇해전에 잠깐 알바를 할때도 환불해가는 손님이 있으면 손님이 나간 그 순간부터 이삼일 동안 사장이 그 손님을 씹어댔다. 어휴. (그때 그 후유증으로,내가 그 뒤로 환불을 잘 못하게 됐나?)

물론 나도 판매자 입장 고려한다. 환불해가는 손님 싫겠지. 손에 돈 쥐어주었다가 다시 뺏어가는 격이니까.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좀 물어보자. 당신들 손에 물건값을 지불해주는게 누군가? 돈이 당신손에 돈을 쥐어주지는 않는다. 사람이 와서 돈을 건넬뿐이다. 그런데도 돈은 소중히 여기면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안하무인 격이라니.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또 하나 묻는다. 도대체 당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몇 %가 소비자의 '철저한 필요와 충분한 합리적 사고'를 거쳐서 구매되는가? 장담하건데 과반수이상의 제품들은 소비자의 충동구매로 이루어진다. 내가 오늘 들른 화장품 가게만 하더라도, 소비자가 '쉽게'들어올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어두었고 가게 입구에 아가씨를 배치해 약간 부담스런 호객행위를 했으며 손님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는 미명하에 이것저것 권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당신들을 그것을 마케팅 전략이라 부르겠지만, 마케팅은 그런게 아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정신 제로인 당신들은 마케팅이 아닌 마귀팅을 하고있지 않은가! '단순변심 환불불가' 조항은 스스로도 그런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안 사겠다 할테니 그런것은 조항으로 만들어 절대! 안된다고 하자' 아닌가.

장사는 물건팔아 돈을 버는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하는 것이다. 모르겠으면 서점에 마케팅 책 많이 깔렸으니 한번 읽어보시라. 물론 나는 이제 그 가게 안간다. 종업원의 싸가지가 득의양양하여 하늘을 찌르더라. 같은 '단순변심'이라도 웃으면서 '원래 안되는건데 이번만 해 드릴게요' 할수도 있다. 그러면 손님인 나도 미안해하면서 고마운 감정도 덩달아 가지겠지. 단순하게 팔아놓고, 단순변심 안된다고 그 이유를 대라하니 로션한개 환불요청 들어왔다고 본사에 보고서 작성할껀가? 두말않고 친절하게 환불해주는 가게도 얼마든지 있으니, 소비자인 나는 그런가게를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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