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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있기에 빛은 빛이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의 사람들은 늘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실생활에서도 그러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사상이나 사람들의 삶에 대한 반대의견을 접하게 되면 실생활에서의 반대의견보다 나를 오만배쯤은 더 불쾌하게 만든다.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라고 쿨하게 넘어가면 되는데, 얼굴도 알지못하는 이들의 사소한 글줄이 나를 들었다 놓았다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몹시 분노하며 '이 돼먹지 못한 놈들. 어떻게 감히 이따위 저렴한 지식으로 무식함을 떠벌리느냐!'라고 중얼거려보지만 왠지 그런 반대의견을 접하고 나면, 내가 평소에 몹시 사랑해마지않던 사상과 사람들이 왠지,왠지 전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자신감과 긍정으로 여겼던 것들이 갑자기 오만으로 여겨지고, 유머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긴 이야기가 어줍잖은 말주변으로 느껴진다.

문제는 나에게 있으므로 나를 호되게 질책한다. '너는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 남들이 뭐라든 너의 신념을 밀고나가면 된다' 몇차례 중얼거려보지만 나는 휘둘리는 인간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도 있지않던가. (관계없긴 하지만.) 나는야 호모 휘둘리스.

한 종교 주간지에서 읽은 글. '아름다움의 반대는 추함이다. 추함이 없으면 아름다움은 더이상 아름다움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들은 말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말의 마침표하나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지 못한것 같다. 세상만물에는 언제나 두가지 양상이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찬양이 있으면 비난과 시기가 있으며, 따듯함이 있으면 차가움이 있고, 상승이 있으면 하강이 있다. 내가 '빛'이라 어떤것을 명명한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어둠'이라 부른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해마지않아 날마다 그것을 들여다본다면 어느 누군가는 분명히 그것을 쓰레기라 부르며 소각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것이다. 그렇구나. 내가 남의 의견에 그렇게 휘둘리고 마음을 쓰는 이유는 두가지를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구나. 그토록 많은 여름과 겨울을 났으면서도, 오타쿠와 안티의 시대에 살고있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내가 무엇가를 열렬히 좋아한다면, 열렬히 싫어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내가 생겨나기전부터 태초에 존재했던 법칙이다. 법칙을 내가 거스를수는 없으니 그냥 인정하면 된다. 그도 아니면 무심無心하라. 무언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말라. 그저 그 상태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라. 하. 어렵구나. 나는 쉽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있는 그대로 보기는 어렵고, 반대를 인정할만한 아량이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