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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모든 것은 유리와 같아서

여행 후유증인지 자꾸만 목에 두드러기가 돋더니 급기야는 목구멍에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목이 땡땡 부었다. 맘같아서는 주말 내내 푹 쉬고 싶은데, 아버지 생일이 있어서 고향집에 내려온 상태.

 

가족들과 함께 살 때부터 '독립'을 꿈꾸긴 했지만 나는 내가 정말로 자취를 5년이나 할 줄은 몰랐으며, 본디 혼자 있는걸 좋아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좋아할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달에 한 번 정도는 꼬박꼬박 집에 들렀던 것 같은데, 올해부터는 두어달에 한 번인데다 꼭 가족 대소사를 함께 끼고 그제서야 발걸음을 미적미적 옮기는 지경. 어버이날, 사촌 동생 결혼식, 아버지 생신... (그래도 이렇게라도 챙기는게 어디냐.)

 

지금은 고향집에 와도 불편하다. 스물 네시간 듣는 이 없이도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TV소리가 몹시 피곤하고, 별 일도 아닌 것으로 자꾸만 티격태격 큰 소리가 나고 감정이 상하는 것이 싫다. 차려주는 밥만 먹고 대뜸 일어나는 경상도 사내들 특유의 행동은 이제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모든 것이 싫고 밉고 불편하니 이는 내 마음의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좀 더 나아지려는' 액션을 취할 힘이 없다.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누워있을 뿐. 비스켓과 초콜렛을 쉴새 없이 먹었다. 

 

거실 벽에는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라는 글이 걸려있다.

 

어제 집에 와서는 그 글귀를 유심히 보았다. 늘 걸려있는 글귀일텐데 어찌나 마음에 닿던지, 정말로 인생은 저것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신의 품 안에서 기쁘고, 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신의 사랑 속에 감사할 줄 안다면. 

 

좀 횡설수설이긴 한데, 모든 것에 있어 '선善'을 지키기란 정말로 어렵다. 몸이든 마음이든 관계든 겨우겨우 노력해서 어떤 정도까지 올려놓았다 싶어도 며칠만 신경쓰지 않으면 금세 와장창 깨지고 만다. 모든 것이 유리와 같음을 안다면 늘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그 노력이 처음엔 억지더라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매일의 습관을 기쁘게 행할 줄 아는 이에게 복이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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