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일 자리가 없어 자취를 시작한 후로는 눈길조차 주지않던 그릇들. 요즘 채식요리와 플레이팅에 관심을 두면서 접시를 들이는데 꽤 많은 돈을 썼다. 시집갈 때 따로 그릇 안살꺼라며 스스로를 적당히 속여넘기면서!
깔끔하게 잘빠진 하얀 접시를 오래도록 찾다가 몇만원을 주고 한 장 샀는데, 사자마자 가격이 내리더니 (1차 충격) 한 장 더 살까 고민하는 사이 품절. (2차 충격) 이런 하얀 접시는 두 장 정도 있어줘야 될 것 같은데. 아쉬워하는 중에 우연한 계기로 한 장을 더 손에 넣었다! 집에 놀러오는 친구에겐 하얀 접시에 새빨간 비트 파스타를 담아주겠어.
그러나 저러나 김유신이 말의 목을 내리친 심정으로 접시 사모으는 손을 끊어야하지 않겠는가. <카모메 식당> <심야식당>의 음식감독인 이이지마 나미는, 영화 촬영차 핀란드인가 어딘가를 갔다가 접시가 너무 예뻐서 받기로 한 계약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접시사는데 썼단다. 내가 고려시대 태어났으면 분명 호사가였을테고, 청자 사모으는데 골몰했겠지. 지금도 이러는데. 어쩌면 나란 여자를 거슬러올라가면 빗살무늬토기 따위에 심취하는 신석기 시대 원시인이었을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