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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분이 나에게 살찐 것 같다고 했다. 히잉. 어제밤 열한시에 떡볶이를 먹고 잤더니. 아무도 못봐서 주장은 못하는데 지난 겨울에 난 분명히 핫바디쿨바디나이스바디였다. 그러나 핫쿨쏘나이스바디는 겨울이 제철인지, 깔 때(?)되니까 제철찾아 떠난 것이냐. 나는 해마다 무슨 슬로건처럼 '살빼고 연애'를 이맘때마다 부르짖게 되는데 이제는 것도 지겹다. 오늘도 몽쉘 바나나를 찾아 편의점에 들렀더니 없었다.
"없어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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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어떤분이 정치얘기를 하기에 나도 모르게 '개새!'라며 광분하니 그분이 깜짝 놀라며 그런 욕을 하느냐고 했다. 그 반응에 나도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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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먹었다. 직장동료가 홧김에 그만둔다고 상사에게 말했더니 20일 휴가까지 주면서 붙들었단다. 여차저차한 근무조건도 훨씬 좋아졌다고. 우와, 짜릿해! 뜨거운 완탕을 먹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그토록 쿨해지고 싶어서 이제 그분처럼 시원하게 살자고 부르짖었더니 언니가 단박에 싫다고 했다. 왜 누구처럼 살아야 하느냐고, 자기답게 살겠단다. 쳇. 시원한 여자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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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또 자랐다. 느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될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냥 나답게, 저절로 나답게. 어떤 것보다 마음 편한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며 내가 어떤 순간에, 그러니까 무엇을 할 때,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어떤 것을 먹고 이야기를 할 때 진실로 평화롭고 자유스러운가를 알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나무나 꽃과 함께 있을 때, 그 아래서 아른아른한 햇빛을 만날 때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기타 소리를 들을 때 내가 살아있는 것을 최고조로 느낀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몸에 맞지 않아 이제는 이기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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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전, 이라는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집어들고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