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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발렌타인

'빠이 폭주'를 되새기며 페이스북에 1년전 게시글을 불러오기 했더니, 멤버 중 하나였던 타이완 소녀가 '그날이 너무 그립고 소중하다'며 말을 걸어왔다. 그래그래. 어쩌다가 긴긴 연애 이야기로 빠진 우리는 새벽 세시까지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대화가 끝난 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어 이상한 꿈을 오래도 꾸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꿈이었는지 자는 내내 온몸과 이불이 식은 땀에 흠뻑 젖어서, 중간에 깨어나서 옷을 갈아 입은 기억만 얼핏 난다. 어젯밤 비오는 이태원을 헤메느라 신발과 바지끝이 흠뻑 젖었는데 그 꼴로 몇시간을 버텼더니 감기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이불 빨래를 하려고 폼을 잡는데, 얼마전 결혼한 친구 하나의 푸념이 여기까지 들린다. "왜 남자들은 주인 의식이 없는걸까. 이불 빨래 하는 것도 어찌나 힘든지. 설거지는 왜 나 혼자하고..." 시집가기 전에는 집에서 설거지 한번 해보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에 "아니, 네가 그렇게 공주였냐!" 며 뜨악하긴 했지만, 모든게 처음이고 서툴고 낯설테니 얼마나 힘에 부치겠나 싶어 그녀의 투덜거림도 이해가 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공식 자취 5년차에, 일찌감치 혼자서 많은걸 꾸려온지 오래된 셀프우렁각시로서 이깟 이불 빨래쯤이야








정말 하기싫고 귀찮고 어려운 건 매한가지. 갑자기 번뜩 떠오른 하나는, 식은 땀을 몇 바가지나 흘려가며 대차게 꾼 꿈의 내용은 여전히 조금도 기억나지 않지만 꿈의 끝자락에서  '아, 발렌타인엔 알탕이지. 알탕먹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며 꿈을 털고 벌떡 일어났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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