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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사과무침

요새 틈만 나면 채식 요리책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게 다 작가의 내공 덕분이겠지요. 아빠는 강원도 분이라 굉장히 짜게, 엄마는 경상도 분이라 굉장히 맵게, 동생은 이 시대의 꽃미남이라 TV에 등장하는 여리여리한 아이돌 가수들이 가졌을만한 '왕자 식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근, 양파, 시래기 이런 건 절대적인 거부의사를 밝히며, 아 * 백이나 여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인스턴트 음식에 열광합니다. 저도 불과 2~3년 전까지만해도 입에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았거든요. <내 아이를 해치는 과자의 유혹> 이런건 별 자극이 되질 않았습니다. '어느성분이 몸의 어디에 해롭더라' 정도로 낱낱이 꿰고 있지는 못했지만 밥대신 과자, 아이스크림을 달고 사는데 몸에 좋을리가 있겠습니까. 한때는 친구들이 '네 몸에서 과자냄새가 난다'라고 말 할 정도였거든요. 담배보다 끊기어려운 과자를 끊게 된 계기는 단순한데(아예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여전히 좋아하지만, 이제는 정상인의 수준에서 즐기고 있어요.) '너무나 많이 먹었기 때문에' 물려서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하. 근 10년동안 과자를 줄창 달고 살았으니 물릴만도 하네요. 아무튼 그 뒤로는 과자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게 되더라구요. 옆에 있으면 집어 먹기는 하는데, 맛 없어서 금방 내려놓게 됩니다. 

보통 엄마들은 자식에게 불량식품을 먹이지 않는데, 우리 엄마는 그 반대였습니다. '이런 것도 먹어봐야 면역력이 생긴다'는 생각이셨는지, '애들은 먹고싶을때 먹어야된다'는 생각이셨는지 아무튼 우리남매는 불량식품도 엄청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다행히 몸에 좋은 것들도 많이 챙겨주셔서, 음양의 조화를 균일하게 이뤄가며(?) 자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쨌든 우리집은 짜고, 맵고, 인스턴트적인 음식들 + 군대처럼 밥을 입으로 빨아들이는 광속光速 식사법을 공유하고 있는 집안입니다. 빨리 먹으면 쉽게 체하고, 짠맛을 싫어하는 탓에 집안의 가풍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저항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아침마다 사과 한알을 깎아먹고, 밥에 넣을 콩을 혼자서 삶아먹기도하여 엄마로 부터 빈축을 많이 샀습니다. '쟈는 나이도 어린기 지혼자 몸챙긴다' 는 비난을 면하기가 어려웠지요. 그 말이 저에게 상처가 되었던지 어쨌던지, 괜히 밖에서 몸챙기는 사람들을 보면 썩 달갑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조미료를 빼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까다롭게 군다. 집에서 먹지' 이런 생각을 하며 그들을 밉게 보았습니다만, 사실은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부러워하고 있었던 거라는거. 이제는 인정합니다.

이렇듯 마음속에 저 나름의 '식생활과 관련된 상처'를 지니고 있던 터라-별 말 아닌듯 해도, 저런 소리를 10년이상 다각도에서 끊임없이 들으면 저같이 협소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큰 상처를 받게됩니다-채식 요리에 관련된 책을 접하고는 그만 마음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에 대한 온갖 미움과 분노가 일어나고, (그러니까 이런거였던게죠. 난 여태까지 몸챙기는걸 죄악으로 여기는 환경에서 자랐는데 이들은 스스로 몸에 좋은 것을 잘 챙겨먹을 뿐 아니라 그들 자식에게도 정성으로 만든, 좋은 것을 먹이다니! 불공평해!) 그들의 자식이 아닌 것에 대해서 몹시도 회한을 품었습니다. 엄마가 자식에게 좋은 것을 먹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들에게 부던히도 챙겨 먹이셨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어릴때부터 꼬여있던 마음의 응어리는 어찌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건강을 생각하면서 난 언제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어머니는 자상하고 다정한 어머니입니다. 계모가 절대 아니니 오해마시길!)

사과랑 배추 사진 한장 올려놓고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저는 요즈음 식생활에 대한 의식개선이 일어나는 중입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유기농'야채를 제 손으로 직접 사보았습니다. 역시 가격의 압박이. 그리고 처음으로 천일염을 이용해서 조리를 해보았지요. 남에게는 별 것이 아닌것으로 여겨질수도 있겠지만, 어제 스스로의 대견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짝짝짝! 배추사과무침은, 채식요리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요리중의 하나입니다. '요리'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한가요? 하하. 방법은 간단합니다. 레시피에는 양배추, 사과를 썼던데 있는 재료를 그대로 이용해도 무방하니 저는 집에서 뒹구는 배추를 이용했습니다. 사과와 배추를 슬라이스 한뒤, 천일염 1티스푼을 넣고 슥슥 버무려 먹으면 끝! 간단하지만 굉장히 산뜻하고, 또 맛있답니다. 어제 선보였는데, 처음에는 '글쎄'라고 갸웃하던 이도 나중에는 두그릇을 뚝딱 먹을정도였어요. 간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남이는 소스가 필요하다길래,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어 소스를 뿌려주었습니다. 이것도 사용하지 않을수록 좋지만, 일단은 초기 단계이니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스스로를 얽죄기보다는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야겠습니다. 정제염 대신 천일염을 쓰고, 모든 채소를 유기농으로 구입하진 못해도 스스로가 '의식'을 가진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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