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비가 벌겋게 번지는 금요일 저녁. 퇴근 무렵의 붐비는 버스. 괴롭게 올라타는데 임산부석에 앉아있던 학생 하나가 홱 내리는 바람에 내 차지가 되었다. 임산부가 타면 비켜줘야지, 아무도 나에게 묻진 않겠지만 임산부냐고 물으면 몇 주라고 할까, 몇 주부터 배가 부르는걸까, 13주 정도면 적당하려나, 보이진 않겠지만 뱃속엔 아기가 있다구요! 라고 말해야지, 여자라서 다행이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혼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자료조사 때문에 서점에서 두시간 여를 꼬박 서있었던데다 몸의 상태도 썩 좋지않고 비까지 오니 더할나위 없는 최저 컨디션의 트라이앵글. 고개를 처박고 얼마나 잤을까. 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집이 멀었다. 비가 워낙 내려 도로가 꽉 붐빈다.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동료의 메세지. '우산 고마워. 너 덕분에 살았다 으하' 힘겹게 집에 와서 젖은 신발을 닦고 옷을 벗어 걸어두고 보일러를 켜고 침대에 걸터앉으니 좀 살 것 같다. 비오는 날은 어쩌면 맑은 날이 얼마나 좋고 고마운지 알게끔 해줄려고 존재하는 것만 같단 말이지. 격하게 반대하는 1인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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