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아침의 속도와 소음. 숨막히는 도시의 공기. 막 비가 그친 아침이라 우산을 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도 잠시, 보도블럭에 고인 흙탕물을 그대로 밟는 바람에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더러운 흙을 그대로 다 덮어썼다. 오늘 새로 개시한 치마라는건 마음이 너무 아파 잊으려 한다. 걸을 때마다 신발끈은 왜 이리도 풀어지는건지. 신발끈이 풀어지면 누군가 당신을 좋아하는거라는 알량한 속설도 이 순간만큼은 사양! 아침에 대고 한바탕 퍼부으려했으나 오늘은 친구의 생일임을 거듭거듭 되새기며 겨우 출근. 자리에 앉아 따듯한 물을 마시고 급하게 화장을 하고 어젯밤 배송되었을 책을 끌르고 한바탕 전쟁이 난 책상을 정리하고 앉아 그제야 귀에 뭔가를 꽂으니, 바뀐 계절에 맞춰 오랜만에 바꾼 플레이리스트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기타 소리. 아름다운 기타소리. 가만히 기타를 뜯으며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참 오랜만에 들었다.
삶에 온통 내가 원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 느릿하게 맞이하는 아침, 사이다 백 통을 들이부은 청량한 공기, 숲길, 천천히 준비하는 식사, 신선한 샐러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오래 걸을 여유, 매일 기타를 맞이하는 시간 - 이런 것들이 내 삶을 얼마나 풍족하게 만들어줄줄 너무 잘 알겠어서 이런것들이 결여된 지금의 내 삶에 너무 큰 박탈감이 느껴졌다. 그래, 그런 생각은 사치일지도 몰라.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삶을 채우겠어, 라고 지레 포기를 하다가 정신을 바짝. 좋아하는 것들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려고 노력하면서 살 수는 있지. 따듯한 온기와 여유, 신선한 초록으로 가득찬 삶을 위해 나는 무엇을 노력해야 할까.
(*) 다 버리고 숲으로?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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