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보통 세 개 정도의 기사를 쓴다. 특집 하나 (10페이지), 자유 기사 둘. 특집은 그 달의 주제에 맞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들 자유기사에서 사활(?)을 거는 편인데 모든 글을 잘 쓸 수는 없겠지만 하나는 건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 강도가 꽤 묵직하다. 누군가가 읽었을 때 마음을 때리는 한 문장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한여름 밤의 꿈 진짜 좋았어요!' 하고 기억해주는 식이다. (또 어느 누군가는 '그...목련 진짜 좋았어요!' '네?' '국화인가?' 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글의 제목은 '수국'이다.) 날카로운 한 조각이든 묵직하고 작은 돌멩이이든 뭔가를 하나는 건져야하기에 나도 모르게 힘이 꽉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예쁘게! 아름답게! 감동적으로! 심장을 후드러패게! 그러다보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나도 안다.
아무튼 매달 하나의 시그니처를 뽑아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지난달엔 '열매'에 완전 힘을 실었지만 밍밍하고 맹숭했음을 인정한다. '그 글 정말 좋았어.' 이 한마디를 위해 쓰는 건 아니지만, 한마디를 저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릇 넓은 사람이 못된다는걸 안다. 일주일 내내 단 하나도 못쓰다가 어제 오늘 내도록 붙들고 하나를 끝내고 나니, '아무튼 이번 글 너무 좋으니까...정말 이상하지만 정말 좋아.' 라는 말을 듣고 나니, 이번달에도 겨우 건졌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 쓰지 못한 두 개의 글에 대해서는 약간 놓아버리는 마음이 드는 것이.
정서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마다의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구석이 있으니, 아름다운 글만큼 담백하고 덤덤한 글도 잘 쓰고 싶다. 덤덤한데 쿡 하고 울리는. 한밤중에 문득 한숟갈 떠넣는 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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