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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지나치게 아름답거나 소중한 것을 다루는 방법

 

△ 직장인의 오늘 점심  

 

 

 

 

돌솥밥을 석석 비비다가 '함께 마주하고 비비는 뜨끈한 시간들' 짧은 메모를 남겼다. 이 사람들은 나와 어떤 연으로 이렇게 한 상에 모여앉아 함께 시간을 비비고 있나. 내 맞은편의 이 사람은 또 언제봤다고 내가 밥을 덜어주고,  또 그이는 내가 덜어주는 밥을 덥석 받아먹나. 숟가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하늘 소풍 중인 선배 생각이 물끄럼 난다. '밥을 먹는다는 건 숟가락에 비친 자기를 베어먹는 일' 이라는 선배의 글도 생각이 난다. 내 숟가락엔 이미 잔뜩 담겨있어 나를 비춰볼 겨를도, 나를 잡아먹을 겨를도 없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는 늘 숟가락 앞뒤에 날 비춰보면서 숟가락에 담긴 괴상한 내 모습에 낄낄거렸었는데. 숟가락을 쓰지 않은지 꽤 오래구나. 언제부터였을까. 젓가락으로 밥 한덩이를 노련하게 집어 입에 밀어넣을 수 있게된 나이가. 어릴 때는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렇게나 멋져 보였는데.

 

 

오늘 우연히 읽은 두 사람의 짧은 글은, 우연히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무 소중한 것은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너무 아름다운 순간은 사진에 담고 싶지 않은 법이다

 

 

나는 너무 소중하고 너무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는 말할 재간도, 사진으로 남길 재간도 없기에 그저 순간을 꼭꼭 씹어먹고 오래 되새김질 하며 기억할 뿐이다. 함께 비비는 뜨거운 어떤 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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