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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벗

아기와 나

 

 

△ 친구 뱃속에서 나온 생명체.

 

 

지난 주말에 정말 바빴다. 친구들의 어른됨에 곁다리로 끼여서는 시댁 욕을 이틀내내 정말 귀가 따갑도록 새벽잠을 설치며 들어주었고, 남편 시부모가 해줬다는 '꼴랑 2억'짜리 집을 구경했으며, 지친 몸을 안고 서울로 겨우 들어갔는데 볼일 하나를 보고 나오는 사이에 '애기 보러 올래?' 라는 반가운 연락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에서 다시 수원으로 이동하는 행사 스케줄. (그 다음날 몸살이 나서 출근 OFF.)

 

친구가 결혼할 때는 '철 모르는 아가씨가 뭘 알겠나.' (물론 나도 철 모르는 아가씨지만.) 싶었는데 결혼 3년차에 접어드는 친구를 보니 애기 엄마가 다 됐다. 애기를 품 안에 꼭 안고 어르고 달래는 모습을 보니 나보다 수십 발자욱은 앞서나간 인생의 전문가같은 느낌도 든다. 결혼 후 첫 집뜰이때는 오븐에 플라스틱 그릇을 넣어 '플라스틱 오무라이스'를 대접했다는 일화가 아직도 머리에 선연한데, 이제는 직접 반죽한 난에 꽤 맛좋은 탄두리 치킨을 오븐에서 꺼내는 모습을 보니 절로 엄지 척!이다.

 

이제는 '난 아직 그대론데 시간이 너무 빨리가!'라는 하소연은 필요없겠다. 난 아직 그대로고 나를 버려두고 시간은 너무 빨리가는 것 같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친구들이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것도, 내가 이름모를 애기들의 '이모'가 되는 것도 이제는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아직도 흠칫 하면서 어깨를 들썩이게는 되지만.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것과 '엄마'가 되는 것은 어깨를 오백번쯤 흠칫거린 뒤에 찾아오지 않을까. 그 때가 되면 여전히 들썩거리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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