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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애호박전

 

 

 

 

 

 

 

 

 

카레에 오뎅볶음까지 짠~ 하고 5인분을 만드는 가운데, 마침 예고없이 손님 하나가 불쑥 찾아와서 숟가락 하나 더 놓아야 하는 상황. 어쩐지 오늘 카레를 넉넉하게 만들고 싶더라니. 여자의 예리한 촉인지 타고난 선견지명인건지 아무튼 나의 감을 칭찬하며 눈누난나. 카레도 맛있고 탱글탱글한 부산 오뎅도 별 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환상이다. 자 이제 밥을 푸면 되는데 아뿔싸.

 

이미 시계의 긴 바늘, 짧은 바늘은 나란히 포개어져 정오를 알리고 있는데 취사를 안눌렀구나. 오늘 밥은 취사가 아니고, 취소로소이다. 손님까지 묵묵히 앉아있는 난감한 상황에서 땀을 삐질 흘리며 밥이 늦어짐을 알리고 재빨리 취사를. 밥이 되는 동안 멍하니 있을수 없으니 냉장고 야채칸에 덩그러니 하나 남은 애호박을 생각해냈다. 좋다! 애호박전.

 

해본적이 없지만, 밥 시간이 늦어지니 다들 더욱 배고플 예정일 터. 조금 남은 대파를 같이 넣을까 하다가 가뜩이나 전 부치는것도 모험인데, 대파와 애호박이 익는 속도가 다르면 괜히 욕심부리다 망칠 것 같아서 애호박만 깔끔하게 넣기로. 애호박 1개를 다 썰어넣고 냉동실에 있는 부침가루를 탈탈 털어넣었더니 반죽은 제법 되직하게 잘 되었다. 전에 한번 야심차게 쪽파전 부치다가 불을 약으로 해야하는데, 완전 강으로 놓아 새카맣게 태워버린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가장 약한불로! 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밑바닥이 탔나, 안탔나... 제법 긴장하면서 불 곁에 붙어 서있었다.

 

밑면이 어느정도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싶을 때, 양손의 스냅을 이용해서 휙! 뒤집는 걸 못해서 회사에 첫 출근한 신입분께 "저 혹시 전 뒤집어 주실래요?" 라는 애매한 부탁을.

 

아, 노릇하고 포슬포슬한 자태가 매혹적이다. 애호박도, 전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애호박전은 정말 맛있다. 

(부침가루와 애호박을 제외하고는 어떤 첨가물도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