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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너 이제 쓰레기같이 남자 만나지 말구 △ 너 임마, 맛 좀 볼래? 제니는 솔로몬의 여자친구다. 내가 제주에 들렀을 그맘때가 마침 솔로몬의 생일이기도 해서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한국인 한 명 없는 그 파티에서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니, 술취한 네이티브 스피커즈들의 대화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으흠~' 어깨짓을 해주는 정도. 무슨 말인지 절반은 날려먹고 들었지만. 제니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간간이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할라치면, 어디있다가도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그이에게 갑자기 말을 걸며 끌고 가버렸으니까.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내 앞에서 갑자기 얼싸안고 난리법석을 피울 이유는 없잖은가. 오해라기에는 같은 패턴이 서너번 반복되.. 더보기
2015년 6월 6일 : 쏠로몬 나빠요 △ 아. '아위 커피'랑 '할리스 커피'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갭이 존재하는 걸까. 아위 커피를 찾아 얼마나 헤메었던가. 나도 미국 유학 가야하나. 솔로몬은 내 제주도 친구다. 올해초 어느날 밤,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 아무 계획도 없이 갑자기 가방을 벌떡 싸 제주행 밤비행기를 타고 내 인생 첫 제주를 디뎠고, 솔로몬은 나의 첫 제주도 친구가 되었다. 맛있는 고기국수집도 데려가고,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준 것도 솔로몬이다. 솔로몬과 마주하고 호로록 국수를 먹으면서 앉아있으면, 주인 아저씨가 '너 얘랑 무슨 사이냐. 애가 얼굴이 흉악하게 생겼다. 조심해라.' 라는 코멘트를 서슴치 않았다. 솔로몬이 다 알아듣고 한국말로 대답하면 움찔거리는 아저씨 어깨를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쏠쏠했고. .. 더보기
2015년 5월 31일 : 사랑에 빠질 것 같다 △ 나는야 짝사랑 카사노바. 이번 시즌 짝사랑은 롹스타 너로 정했다. 사랑에 빠질 것 같다. 라고 적어놓고 이 문장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달뜬 온기가 무릎과 팔꿈치를 적당히 데우는 이 밤. * 오늘 작은 공연을 보러 갔다. 내가 얼마전에 적은 글 중에 '봄눈별' 에 관한 글이 있는데, 오늘 마침 그 분이 노래 몇 곡을 부른다는 게 아닌가. 작년부터 열리기를 기대하던 공연이었기에, 우주가 하는 일은 정말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가고 싶은 공연에 꼭 보고 싶은 사람이 합을 맞춘 것처럼 짜잔하고. '봄눈별' 이란 분은 꼭 한 번 눈으로 그의 삶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의 말대로 삶을 꾸려가면 얼마나 담백하고 간결한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나도 좀 담백하고 간결하고 싶은 마음에. * '봄눈.. 더보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 반짝 △ 우리동네에 의류수거함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예술혼이 난무하는구만. 눈을 뜨니 정오가 좀 넘었나 어쨌나.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정리를 했어야 하는건데. 이사가 D-1으로 다가왔건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굳이 비유하자면, 오늘 시험 세 개를 치른 후 공부할 시간이 반나절 밖에 없는데 내일 전공 시험이 네 개 있는 그런 심정. (그 짓을 어떻게 4년이나 했나 몰라.) 요 며칠 동네를 다니며 빈 박스가 있나없나를 나도 모르게 살피게 된다. 오늘도 침 맞으러 가는 길에 괜찮은 박스가 보여서 얼른 집으로 집어왔다. 다시 같은 길을 나서는데, 박스를 찾는듯 한 아주머니의 정처없는 시선에 왠지 한 건 했다는 알 수 없는 마음이 생긴다. 이 쓸데없는 호승심이여. 이래저래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홍차 우러나는 양.. 더보기
2015년 5월 27일 :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정신적인 면역 기능이 필요해요. 나는요. 견디기위해 한 줄 쓴다. 면접에서 떨어진 것 같다. '같다'는 정신방어용이니 떨어졌다. 오늘까지 연락이었는데, 조금전인 네 시까지는 어쩔줄 모르면서 무심한 척 하다가 네시 반 께에는 처연한 마음이 되었고 다섯시가 넘어서는 드디어 초연해졌다. 이번에는 뭐가 모자랐던가. 차라리 '귀하의 자질은 이래서 구리다' 라고 말이라도 속시원히 해주면 좋을텐데, 인권침해에 대한 소송과 이미지 타격을 걱정한 기업들은 항상 '넌 존나게 멋진 친구지만 함께 못해서 아쉽다'라고 얼버무린다. 헤어짐 앞에서 종종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다음번 연애는 잘 해보고 싶어서' 라고 자기 발전에의 의지를 피력한 구남친들이 더러 있었는데, 뭔 개코방구같은 소리냐! 라는 대.. 더보기
계속해서 5월 26일 : 서사정리도 계속해서 △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지 혹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혹은 삽시간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릴테지만. 기다리는 전화 한 통이 있어서 낯선 번호가 울릴 때마다 온통 덜컥거렸다. 오늘 오후 다섯시에 오기로 한 가스검침원의 이른 방문을 알리는 전화였으며, 새벽에 문득 구입한 얼마전부터 몹시 읽고싶던 시집의 도착을 알리는 전화였다. 짐을 싸는둥 마는둥 어지러운 물건들 사이에 어설프게 쭈그리고 앉아 시 몇 편을 읽기 시작했다. 방 한 귀퉁이에 빼곡쌓인 책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또 짐의 무게를 늘이고 있다니. 오랫동안 읽지도 않던 시는 왜 또 갑자기 읽겠다는건지는 알 턱이 없다. 짐을 싸다말고 종이박스 몇 개를 구해다주기로 한 친구에게 '나 좀 구해줘' 라는 SOS를 보냈더니 깜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