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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자색고구마칩 만들기

 

그러니까 어제밤 9시부터 청소를 시작해, 새벽 1시 반에 끝냈습니다. 심지어 원룸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럽게 살았던거냐...라고 물으신다면, 양말 신을게 없어서 여름 덧버선을 신고 다니다가 그것마저도 없어서 빨래를 해야하는 형국이라고만 할게요. 빨래를 세 번 돌리고, 2주 넘게 쌓아뒀던 설거지를 겨우 하고, 집 입구에 쌓아놨던 택배 상자를 - 매번 허들넘는 기분으로 출근햇었죠- 치우고,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지난지 오래라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딸기우유며 두유며, 크리스마스 때 땄던 와인을 겨우 치웠습니다. 아마 치워야하는 유통기한도 훨씬 지난 것 같아요. 

 

겨우 발디딜틈을 만들어놓고는 주방으로 눈을 돌리니, 엄마한테 받고 뜯지도 않은 고구마 택배상자가 보입니다. 아차. 집에서 그 귀한 자색 고구마가 굴러다닌다기에 '그럴바엔 차라리 나를 줘!' 하고 냉큼 택배로 받았는데, 뜯지도 않고 벌써 2주를 묵혔네요. 3주인가... 아무튼 뜯어보니 이미 몇몇놈은 곰팡이화가 진행되고 있고, 도저히 안될 것 같아 환부(?)를 도려내었습니다. 허준의 마음으로~ (예전에 전광렬 씨가 허준으로 나오던 <허준> 드라마 기억하실려나요. 욕창에 거머리 갖다대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환부를 도려내니, 그렇지 않아도 붉은 살이 아픔으로 더욱 붉게 물든 듯 차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겠네요. 이 녀석으로 이 밤에 뭘 만든다... 문득 자정이 넘어버렸고, 요란하게 볶고 지지고 튀기고 하는 과정은 부담스럽습니다. 으흠! 고구마칩을 만들자.

 

이름은 '자색고구마 칩'으로 거창하지만 사실 별건 없습니다. 추운 주방에 오도카니서서 촵촵촵촵 일정한 굵기로 칼질을 얇디얇게 해주는 무한 짜증의 과정만 견뎌낸다면요. 자취생이지만 - 정확히는 한달에 한번 밥도 안해먹는 - 주방기구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 부담스러운 부피의 식품 건조기를 충동구매 했었었죠. 지난 여름에. 후후후. 잘 처박아두고 있다가 딱 두번 썻네요.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결혼이란걸 할꺼고, 그때되면 본격적으로 질러보려고요. 큼지막한 광파오븐이며, 에어 프라이기, 핸드믹서, 김치냉장고... 암튼 일단 결혼만 해봐. (갑자기 불타오르는 결혼에의 의지.)

 

 

 

 

 

 

 

 

 

 

 

건조기에 이쁘게 널어주었습니다. 보통 60도가 식품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적정온도예요. 전 물론 70도로 했죠. 영양소 때문에 말린거 아니니깐, 그저 빨리 먹고 싶은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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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고구마의 상태를 확인해보았어요. 맨 아래 트레이 두개는 역시 바싹 잘 말랐고, 윗층은 약간 꾸덕꾸덕하네요. 아래층 트레이를 빼고, 윗층 트레이를 1시간 가량 더 돌려주었습니다. (바쁜 출근시간에!)

 

바싹하게 잘 말랐지요? 자색고구마가 원래부터 맛과 향이 거의 없는 녀석이기 때문에, 말려놔도 꿀이나 올리고당을 바르지 않는 이상 별 특별한 맛은 없답니다. 은은한 단맛이 살짝 느껴지는 정도. 전 왠만하면 뭘 첨가해서 먹는 입맛이 아니기 때문에 (잔치국수도 간장없이 그냥 먹어요. 잔치 본연의 맛이 느껴진달까! 흠흠) 맛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고구마 큼지막한걸 4개나 썼는데도 제일 작은 지퍼백 2개에 넣으니 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