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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8년 2월 24일 : 고구마와 파도



1.
토요일 아침. 고구마 익기를 기다리며 이불 속에 파묻혀 책을 읽는다.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 계획인데, 설익지도 무르익지도 않은 맞춤한 정도를 지켜야 맛있는 말랭이를 만들 수 있다.

2.
요즘은 오히려 삶에 대해 덜 생각한다. 삶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파도처럼 끊이지 않고 내게 불어올테니까. 부드럽게 때로는 맹렬하게.

나는 언제까지고 모래밭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는 방관자일 수 없으니,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툭툭털고 일어나 오늘의 파도를 타러간다. 삶이란 그저 파도를 타는 것. 파도 위에서 그루브를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굿.

병상에 누워 무말랭이처럼 쪼그라든 할머니를 보면서 엄마는 울었고, 나는 할머니보다는 그런 엄마 모습에 눈물이 났지만 '삶으로 삶을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스스로의 생각에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각자가 각자의 파도를 타고 있기에, 각자가 각자의 파도를 타고 있다면 정말로 그걸로 충분하다고.

#고구마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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