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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8년 2월 23일 : 눈

△ 가로등에 업혔다가 나무에 걸린 해.

 

아마 자정께였나. 우르르쾅쾅, 창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 벌떡 일어났다. 전쟁이라도 난건가? 밖에 나가봐도 되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몇 차례 계속되는 총성 - 잠에서 덜 깬 상태라 총성이라고 판단- 에 오들오들 떨다가,  늦게까지 안 자는 이웃에게 카톡을 해보니 천둥이라고 했다. 눈오는 가운데 천둥이 계속 친다고. 문을 빼꼼 열고 내다보면 제법 살뜰한 구경이었겠지마는, 그때는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천장을 보며 다시 멀뚱멀뚱 누웠다가 불을 켜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어제 눈이 많이 왔으렸다, 아침에 현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한결 따뜻해진 날씨 덕분인지 눈이 많이 녹았다. 쌓인 눈의 두께에 따라 출근 시간을 조정해야하니 얕은 눈에 안심했달까. 눈이 많이 오면, 회사에서 집을 잇는 다리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버스 맨 앞자리에 몸을 싣고 창 밖을 내다본다. 라디오에서는 어제 내린 함박눈에 대한 고백이 줄을 잇는다. 물끄러미 밖을 보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도통 흐려 모든 것이 희끄무레했다. 창 밖 풍경이 바래가는 그림같다. 마침 라디오에서 자이언티의 <눈> 이 나왔다. (그 전에 들어본 적도 있고, 회사에 도착해서 다시 들어봤지만 버스에서 엷은 적막 속에 파묻혀 듣던 느낌과는 달랐다.) 어제는 눈이 날렸고 오늘은 고요하다. 자이언티와 이문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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