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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일면식도 몇 번 없던 할머니가 내게 남기고 간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은 사흘의 휴가. 뭔가를 해내기에 훌륭한 동력 중 하나는 바로 강제성이고, 강제성은 고립된 시공간 속에서 아주 잘 발휘된다.

/ 이번 주는 자네와 나, 달려야 할 것이야!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고 마주한 2018년의 첫 출근날 팀장이 나에게 힘주어 한 말이다. 평소에도 늘 달려왔기에, '속도에 속도를 더한다고 무어가 달라질까'라는 물음표가 슬그머니 따라붙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일 밖에. 바쁠 것을 각오한 다음날의 출근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회사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사람은 영원을 예측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단 한치 앞을 모르는구나, 하고.

* 작년의 꼭 이맘때, 베트남 여행에서 자주 했던 일 중의 하나는 작은 도시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던 롯데리아에 들러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었다. 롯데리아를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삼척에서도 거리를 걷다 롯데리아의 텅빈 2층에 홀로 앉아있다.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이 없으면 나는 그저 롯데리아에 앉아있을 밖에. 그때도 오늘도. 롯데리아는 나에겐 사막의 오아시스인가봐. 토네이도 오레오맛을 시켜놓고, 히터도 틀어주지않는 추운 2층에 앉아서 나는 책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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