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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몹시,

집을 나서 바라보는 하늘이 몹시 맑다. 살갗을 에워싸는 공기의 온도도 기분좋게 서늘하다. 이제 가을이구나.

어제는 웬 술을 그리도 마셨던가. 팀장님과 작가 미팅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눈에 띤 막걸리집에서 간단하게 한잔만 하자는 것이, 그만 네다섯 시간을 연거푸 주거니 받거니 했다. 기본 안주로 나오는 떡볶이는 얼마나 더 추가했던지. 술자리가 파하고 바로 옆 아이스크림 가게에 시든 이파리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는데,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다. 2차를 가야겠다고 땡깡을 피웠지만 택시 뒷자석에 실려 곱게 집으로 왔다. 택시 기사님이 퍽이나 유쾌한 분이어서 남자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자기 전에 먹으라고 챙겨준 약과, 내일 아침 마시라는 오디주스가 담긴 봉지가 내 손에 들렸다. (훌륭한 사람같으니.)

불도 못 끄고 쓰러져 자다가 고양이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새벽 네 시쯤 깼다. 주섬주섬 불을 끄고 물을 마시고, 위가 찢어질 듯한 통증과 과음에 대한 후회를 하며 다시 잠을 청해본다. 우리 아빠는 늘 술을 못 이기는 사람이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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