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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7년 8월 19일 : 소음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아줌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옥수수를 뜯는다. 쩝쩝대는 소리와 훅 끼쳐오는 냄새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옥수수를 다 먹었나싶으니, 금세 또 커피를 하나 꺼내서 굳이 후루룩 후루룩 마신다. 오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얗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행여 커피 한 방울이라도 튈까싶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들고온 책에 눈을 두기 어렵다.

*

퇴근길 만원 지하철. 한 남자가 꽥꽥 소리를 지르며 통화를 한다. 타로카드를 보겠노라고, 그애를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지하철 한 칸이 쿵쿵 울리도록 떠든다. 그 누구도 무어라 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암.

*

지하철에서 쩝쩝대며, 냄새를 풍기며 무언가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전화통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잔뜩 날이 서있는 나를 들여다보며, 내가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한 것인가 자문한다. 내가 그렇든. 그들이 그렇든 어쨌든간에 어느 한쪽은 상대에 대한 따듯함을 잃어버린 것이 틀림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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