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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7년 9월 1일 : 살아있다

 

 

 

마감이 어제까지였던 공모전에 내기 위해 자정 직전까지 글을 만졌다. 벼락치기가 잘 듣는 유형이긴 하지만, 글을 벼락치기 한다는건 언제나 힘들다. 글에만 처박고 있던 눈을 잠깐만 다른데 두었다 다시 돌아오면 금세 손 볼 곳이 두, 세배는 늘어나니까. '라이팅은 리라이팅'이라고 언급했던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처럼, 라이팅은 정말로 리라이팅의 작업이다.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한히 리라이팅 할 수 있다.

 

'쓰다'라는 주제에 대한 글을 준비하면서 3일 정도 글을 못 밀고 나갔다. 처음에는 개인서사에 대한 글을 구구절절 쓰다가 감정이 너무 격하고 주제에서 벗어난 과거의 나열밖에 없는 것 같아, 최근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 '마음의 빈틈' 이라는 글) 일을 가지고 좀 길게 써볼 작정을 했다. 내게 마음을 써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마음을 쓴다는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풀어볼 참이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틈나면 마음으로, 머리로 붙들고 고민을 했나보다. 2년 전 몸담았던 잡지사에서 펴낸 글이 떠올랐다. 마침 글씨에 관한 내용이라 잘 맞는 것 같아서, 문장을 하루종일 손봤다. 그러나 마음이 영 시큰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몇 시간을 남기지 않고, 업무시간을 쪼개고 쪼개 다시 글을 한편 썼다. 제목과 마무리가 시원치않아 자정 직전까지 수없이 고치기를 거듭했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목마른 것도 참아가며 자꾸만 그렇게 글에 붙어있었더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진짜 내가 나다운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긴 호흡의 글을, 도입과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 짜임새있게 들어찬 한 편의 글을 만들면서 힘들고 기뻤다. 잠들기 전, 참 오랜만에 느꼈던 살아있다 는 느낌을 온몸으로 그러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9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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