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랏으로 가는 비행기 안.
이력서를 쓰다가 '주요 경력 및 업적' 이라는 말에, 정확히는 '업적'이라는 말에 좀 아득해졌다. 업적이라니. 모니터 앞에 비쩍 마른 초코칩 한 상자와 함께 앉은 나는, 이순신 장군이 용감무쌍하게 학익진 전술을 이용하여 왜군을 섬멸시킨 어느 앞바다를 떠올리기도 하고 장영실 오빠의 측우기를 떠올리기도 하다가 업적이라는 위대하고 고매한 그 말 앞에 무릎을 꿇고 나동그라진다.
업적. 말 그대로 일이 쌓아올린 것일텐데, 한 달의 말미에 십만원이 훌쩍 넘게 찍히는 교통카드 금액이나 아랫입술에 연거푸 잡힌 물집, 어깨의 묵직한 통증이나 등줄기로 흘러내리던 식은땀 같은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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