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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7년 1월 15일 : 나만의 스타트

충분한 쉼이 끝났다. 대략 2주간의 여행 후에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을 뵙고 입국신고도 하고, 사온 선물도 드리고, 어제는 급작스레 엄마와 포항 구룡포와 호미곶에 다녀왔다.

/ 포항 갈래?
/ 아니.
/ 집에 있으면 뭐 하노! 나가서 바다도 보고.
/ 집에 있으면 바닥을 보겠지.
/ 집에 있으면 의미없다!
/ 매순간 살아있음이 의미 아닐까요? 집에 누워있는게 난 너무 의미있는데?

그러나 끌려나갔다. 올 겨울들어 가장 춥다는 어제! 바람이 양 싸다구를 교대로 후려갈기는 어제!

오늘은 원래 친구와 장을 보고 내일 비슬산으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더이상의 휴식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이 들어 예약해 둔 숙소를 취소하고 가뿐하게 서울로 향하는 중.

2주동안 나에게 너무 중요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충분히 지낸 뒤에 다시 뭔가를 하는 시간으로 돌아가기란 상당히 버겁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삐걱거림이기에 기꺼이 감수하기로.

엄마 친구가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휴가를 2주씩이나 주는 회사가 있느냐고. 그만두고 갔다온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저래가지고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애놓고 그러니? 난 우리딸이 애 키우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어서 너무 좋은데.

그럼요. 제 삶은 제 것인데요.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닌데요.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는 그 말이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안정적' 이란 말이 무슨 뜻이냐면요,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또는 그런 것.'

입니다. 인생은 계속 바뀌어요. 하물며 어제의 날씨와 오늘의 날씨가 다르고, 어제 저녁 먹은 밥상과 오늘 먹을 밥상이 다를거예요. 그러니 변화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가 없을테고요. 인생이 안정적이라는 건, 계속 바뀌는 와중에 내 마음이 평정하게 되는 상태같아요. 저는 지금 당장 결혼한다고 '안정적'일 것 같진 않거든요. 늘 독립된 시간과 공간을 쓰다가 이를 나누는 법부터 배워야하니 초반엔 더 힘이 들겠지요.

저에게 안정적이라는 건 때맞춰 결혼하고 때맞춰 애낳고 기르는 것이 아니고, 왜 결혼해야 되는지 왜 애를 낳아야하는지 그 필요와 이유가 제 자신과 스스로 충분히 상의하고 합의한 후에 도출되었을 때 같아요. 그래야 후회가 없고 그래야 책임을 지지요.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자식의 삶이 내 삶을 대신해주진 않습니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부모 마음 모릅니다만, 제 주변에 보면 자식 시집장가 못 가서 취직 못 해서 우울증 걸린 친구 부모님 많고요, 자식 잘 나서 어깨가 하늘에 걸린 친구 부모님 역시 많습니다.

자식이 제 삶을 잘 굴려가고 있다는 건 감사하되 자랑할 일이 아니고요,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저는 책 읽고 공부하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싶어서. 제 삶을 제가 성실히, 잘 굴려가고 싶어서. 섣부른 훈장질 하지 않고 싶어서.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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