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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여자는 허벅지




뭐랄까. 오늘 아침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 빨간불 앞에 섰다가 문득 내 허벅지를 내려다 보았고 - 으레 다들, 보통 그렇듯이 시선을 둘데가 없잖은가! 건너편에 시선강탈 얼굴깡패가 서있는 것도 아니고. - 어제 본 <여자는 허벅지>라는 책 한권의 표지를 떠올렸다. 옹송그린 귀염성 있는 허벅지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1920년대 출생의 작가가 '여자는 허벅지!' 라고 부르짖을 때는 그만한 연유가 있는 것이겠지, 싶어 사볼까 하였으나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아 고개만 갸웃. 사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도 끝까지 다 본적이 없다. 하도 유명해서 결말을 알고 있을 뿐. 



여자는 허벅지! 하면 내 머릿속에 으레 따라오는 것이 '가슴이 예뻐야 여자지!' 하는 춘자의 노래 제목이다. 기억하실려나.


(이렇게) 아름다운 내 가슴을 이런 나를 다시 만날 수 있겠니


떠난 남자의 마음을 아름다운 가슴으로 잡아보려는 여자의 절절함이 담긴 노래인데, 그 가슴이 그 가슴은 아니다. 뭐 맞을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가슴은 아름다울수록 좋은거니까. (응?) 





허벅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허벅지가 꽤 괜찮다. (훗!)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평균치 이상의 힙업과 허벅지 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편인데 (훗!), 하체와 상체가 따로 논다. 그것이 문제다. 그러고 보면 운동신경도 하체에만 집중되어 있는건지 학교 다닐 때, 곧잘 반대표 달리기 선수나 배구 선수, 농구 조교 같은 걸 했었지만 (이상하네. 공놀이도 상체가 도와야 가능한건데...) 뜀틀 위에서 앞구르기 - 이렇게 위험한걸 왜 하는거냐 대체! - ,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같이 구르거나 엎치락 뒤치락해야하는 것들, 그러니까 상체가 주가 되는 운동들은 늘 빵점이었다. 빵점. 지금도 다리는 180도 앞 뒤 다 찢을 수 있다. 그러나 윗몸일으키기는 단 하나도 못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어쨌거나 여자는 허벅지라지 않은가. 


여자는 이두박근, 이라든가 

여자는 머릿결, 이라는 제목이었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