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계단에서 만난 이집트 친구들. 너의 건치. 노란 건치.
어제 치과에서 전화가 왔다.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룰테다. 벌써 1년이 지나긴 했지만.) 아무튼 전화를 끊고나니, 문득 치과 다니며 나의 돈을 털리던 작년 봄이 떠오른다. 대학다닐 때 사고로 이가 부러졌는데, 몇 해가 지나 그 이가 트러블을 -그이 아니죠. 그 이 맞습니다. 둘다 트러블 메이커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그나저나 그이는 어디에- 일으키면서 치과에 가서 입을 딱딱 벌리고 사진을 요래조래 찍어야 했다. 만화책에서 본 것과 꼭 같은 뼈다귀. 내 뼈는 핑크여야 해. 내 뼈는 좀 더 세련되게 빠졌어야 했어. 뭐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았던 건 아니었지만, 나의 뼈다귀를 마주하는 심정은 어쩌면 조금 처연했달까.
내 몸의 어딘가에 차곡차곡 저장된 노래들도, 나의 섬세한 몇 가지 취향들도,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도, 나를 비로소 '나'일 수 있게 만드는 어떤 모든 것들을 휘발시켜 버리고 난 나머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마치 온전한 사과 한 알을 다 발라먹고는 그 갈비마저 쨍한 햇볕에 바짝 말려버리고 '이게 사과야' 하는 것처럼.
(*)
나도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도 똑같은 뼈다귀구나.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지금은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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