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동 다솜분식 모밀국수. 6000원.
기분이 바람빠진 공 마냥 공허하다거나(그래서 공 허인건가?), 뭔가 뜨끈한 것으로 위로받고 싶을 때는 면 요리가 당긴다. 오늘 아침 일어나 문득 따끈한 면 요리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점심때 운좋게 밖에 나가 먹을 일이 생겼다. 따끈한 국물을 마주하고 김이 펄펄 나는 면을 입술로 힘껏 빨아당겨 입안가득 채워넣으면, 비로소 나의 어느 알 수 없는 빈 곳이 메워지면서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고향집에 한걸음에 달려가 엄마가 말아주는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지만, 아쉬운대로 밖에서 정서적 허기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나. 면은 특별한 기술없이 삶아도 비슷비슷한 맛이 나니까. 뜨듯한 돌우동냄비와 여름 시즌을 맞아 개시한 모밀국수 중에 고민을 잠깐 하다가 모밀 국수로 결정했다. 채반이 두개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랫층을 열어 확인하니 면이 두둑해서 만족스럽다. 잠깐 놀래는 내 표정을 읽은 아저씨가 "왜 놀래?" 라고 물어서 "2층이라서요!" 대답하니 "착한 사람한테만 주는거야." 라면서 씩 웃어준다.
마침 주방쪽을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 정오를 기점으로 몰려드는 손님들은 적군이오, 주방의 아주머니는 한 분이라. 아주머니의 동동거림에 아저씨의 재촉까지 더해지니 촉박하고 뜨거운 공기가 감돈다. 아줌마를 안쓰럽게 보고 있다가 그녀도 나름 자기 인생의 베테랑일텐데, 밀려드는 육개장 /순두부 /돈까스 다섯개/ 돌솥비빔밥/ 모밀국수 등등등등 등등등등은 아줌마에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다고. 끽하면 척하고 쳐낼수있는 그런 매일매일의 일상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감히 누구의 깜냥을 걱정하는 거냐는 생각이 슬몃 들어 생각은 그만 내려놓고 젓가락을 집어드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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