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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배

작은 위로 한 입 : 지단삥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중국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일이 많다. 물론 업무이야기도 하지만, 중국사람들 특성자체가 그러한지 유난히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 나에게도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너 점심 뭐먹니? 김치 먹니? 요새 배추값이 많이 올랐다며?

食. 먹을 것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중국 아니던가. 중국통 이라고 자부할만큼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짧지않은 시간을 중국의 여기저기에서 보낸터라 한번씩 생각나는 중국의 먹거리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길거리 음식인 지단삥인데, 사실 중국에 머무르면서 먹은게 세번이 채 되지않는다. 중국에서 위생을 따지는건 '난 차리리 굶어죽겠소' 라는 행위에 다름없음을 모르지는 않으나, 유난히 먼지가 많이 이는 중국의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지단삥을 자주 사먹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아줌마가 쓰는 도구들의 위생상태도 가늠해보기 어려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픈 배를 부여잡고 기숙사로 향하는 어느날의 저녁이나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유난히 뭔가가 그리운 날에는 지딴삥을 먹었다. 계란을 탁 깨서 능숙한 솜씨로 둥글게 펴내 그위에 빠르게 다진파와 싸구려 소세지, 혹은 정체를 알수없는 무언가를 휘이 뿌려 말아내는 아줌마의 현란한 손동작. 지단삥은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번에 하나를 다 먹은 기억이 없다. 그저 봉지안에 담겨 내게 건네지는 따듯한 온기에 안도하며, 온기를 안고 총총총 외로운 기숙사로 돌아왔던 것 같다.

오늘따라 먼지가 부옇게 이는 하얼빈의 길거리와, 길거리의 부연 먼지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하얀 빨래들과, 간혹 지나가는 나귀들과, 그 모든것들에 가만히 눈길을 주면서 길을 걷는 외롭고 외로운 내가 떠오른다. 문득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데, 외롭고 외로운 나라도 길거리 한켠에 자리한 지단삥 아줌마 덕분에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지 않았나 한다. '다음에 정말 정말 정말 외로우면 저걸 먹어야지' '다음에 먹어야지' '다음에 먹어야지' 자꾸 자꾸 미루다보니 먹은적이 채 세번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이렇게 외로워도 지단삥을 못먹는데. 그땐 그 도시만 벗어나면 안 외로울줄 알았나보다. 보고싶은 엄마와 친구들과 사랑하는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그이들만 있으면 나는 하나도 외롭지 않을줄 알았나보다.

나는 보고싶은 엄마를 언제든지 볼수있고, 문자 한통이면 그리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외롭다. 오늘은 지단삥을 한입 꾹 먹으면서 따듯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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