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영화 <her>의 한 장면이 둥실 떠오른다. 고유의 따듯한 색감과 분위기를 떠올리며 꿈꾸는 중에도 '일어나서 다시 봐야지.' 하였다.
사랑에 관한 많고 많은 영화들 중에 <her>와 함께 <더 랍스터>를 떠올린다. (리뷰는 http://ringringstar.tistory.com/1657) 두 영화는 모두, 사랑에 빠진 서로가 갈구하는 가상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가상의 세계란 '동질성'이고, 애당초 존재하지 않기에 결코 가닿을 수 없는 곳이다.
영화 <her>에서 남자 주인공은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다. 그 둘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진다. 그렇지만 그들은 애초에 사랑이 불가능한 존재다. 헛헛하게 서로를 상상하고 또 상상하면서, 사이에 극명하게 존재하는 이질성을 무마시켜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사라진다.
<더 랍스터>는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심리를 좀 더 거칠게 못박는다. 우연히 그(녀)가 나와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거나, 즐기는 음식이 같다거나, 비슷한 생각/경험을 한 적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 사실만으로도 놀랄만큼 쉽사리 사랑에 빠진다.
영화 속 세계는 서로 간에 신체적 동질성이 있는 이들만이 '합법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속 남녀는 필사적으로 서로의 동질성을 탐색하고, 가장한다. 사랑하는 척을 한다.
우리는 나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좋아하고, 사랑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닮은 구석을 낯선 이에게서 발견한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쁘다. 그렇지만 그 '동질성'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얼마나 답보할 수 있을까. 본디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포개지는 교집합의 영역은 극히 적을 것이다. 사랑은 교집합의 영역을 시간과 노력으로 넓혀가는 행위일까? 아니면 교집합을 뿌리삼아 나머지 영토들(이질성)을 넉넉한 시선으로 관망하는 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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