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아!"
공항 출구를 나서자마자 한 손에 파파이스 봉지를 들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
/ 와, 이게 얼마만이예요.
/10년만인가?
/15년일껄요?
/ 저녁 못 먹었지? 이거 사왔어.
15년 동안 소식조차 모르고 살다가 이렇게 덥석 놀러오게 되다니. 내가 성격이 좋은건가, 뻔치가 좋은건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도 주소까지 찍어주시며 놀러오라고 하는걸 봐서는 내 성격에 조심스레 한표를! 브라보 마이 성격! 워후.
공항에서 택시타고 선배네 집으로 가는 길. 어쩌다가 베트남에 살게 됐고, 부인은 어떻게 만났고, 살은 왜 그렇게 쪘으며 미주알 고주알 떠들떠들. 베트남 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도착했는데 부인도 안 자고 나를 반겨준다. 어이구, 부인이 미인이셔.
내 몫으로 마련된 침대 위에 정갈하게 개어진 수건과 샤워볼을 보니 환영받고 있어 기분이 좋다. 나도 집에 손님이 오면 좋은 침대와 깨끗한 수건과 맛있는 요리를 내주는 사람이어야지.
귀여운 두 부부는 지금이 시간이 몇신데, 나는 그리 급할 것도 없는데 핸드폰 개통부터 시켜준다며 고군분투다. 떠나기 직전, 비행기에 앉아서 가족들을 카톡방에 초대한 뒤 '나 갔다오마' 한 줄 남긴게 전부이거늘, 이 부부는 내가 전화할 곳이 많지 않겠냐며 난리다. 저 정말 괜찮습니다.
여기 시각으로 새벽 세 시. 한국 시각으로 새벽 다섯 시. 어제 송년회 끝나고 새벽에 들어와서 잠깐 자다가 빨래하고, 설거지 하고, 냉장고 음식 비우고, 분리수거하고, 핸드폰 메모리 비우고, 택배 반품하고, 선배 부인 화장품 사러 갔다오고, 한의원 다녀오고, 캐리어 싸고, 한국에 없는 기간동안 외투 두 벌 드라이클리닝도 맡기고, 그 와중에 밥도 지어먹고. 자, 이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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