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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와의 전쟁





바나나 먹기 어려운 계절이 왔다. 어제 낮 기온은 31도를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딱 적당한 온도는 이렇게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봄도, 여름이 오기 직전까지의 아슬아슬한 따듯함도. 



그나저나 바나나 먹기 어려운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원래는 말린 바나나를 좋아하지만 요즘 계속되는 국내 과자업계의 바나나맛 시리즈 출시 때문인지 어쩐지, 말린 바나나 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 한 통이면 바나나 두 송이를 먹을 수 있는 가격. 하긴 지금 쓰면서 생각해보니 두 송이를 말리면 그 정도 나오긴 하겠다. 말린 바나나 한 통 살까? - 당분간 바나나에 정착하기로. 



바나나 좀 먹어 봤다,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바나나가 제일 맛있을 때는 바나나 표면에 검은 반점이 생겼을 때다. 이걸 '슈가 스팟' 이라고 부르는데, 예전에 그 사실을 처음 알고 나서는 '어르신들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할 때가 인생이 제일 맛있는 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더랬지. 우리나라는 젊음에 너무 심취한다. (그렇다고 젊음을 제대로 살아내는 젊은이도 잘 없음!) 아무튼 바나나는 실온에 두면 금세 색깔이 변하고 무르기 때문에 하나씩 신문지에 싸서 비닐로 감싼 뒤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주 오래 먹을 수 있다. 껍질은 시커멓게 변했는데 벗겨보면 뽀얀 얼굴이 야무지게 단맛과 함께 나를 반기며 웃어 준달까. 



바나나를 보통 한꺼번에 세 송이 정도 사는데, 며칠전 세 송이를 샀으나 냉장고에 둘 데가 없어 바깥에 두었더랬다. 기온이 높아지니 이틀만 두어도 후딱 익어 배를 쩍쩍 열어보인다. 초파리가 얼마나 꼬이는지도 몰랐다가 어젯밤 바나나 주변에서 얼쩡거리다 발견했다. 초파리 하면 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주 어릴때 읽은 책이라 정확한지는 읽는 분 판단에!) 



옛시대 과학자들이 세상을 구성하는 원소에 대해서 명명할 때, 그 중 하나가 초파리였다는 사실. 세상을 구성하는 원소는 불이다, 물이다, 흙이다... 이 와중에 초파리도 끼어있었다는 것이다. 실로 놀랍지 않은가! 그들도 얼마나 초파리 때문에 속을 썩이고 애를 태웠으며 신기해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랄까. 초파리를 원소로 명명한 과학자는 밀폐된 병에 사과 껍질을 넣어 두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파리가 생겼다. 나도 어제 바나나 주변을 얼쩡거리는 초파리 떼와 사투를 벌이며 '이 생키들 어디로 들어왔지!!!' 라는 말을 줄곧 중얼거렸는데, 밀폐된 병에 초파리가 생겼으니 얼마나 놀랍겠는가. 그 뒤 어떤 연유로 초파리가 세상의 구성 원소에서 빠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며칠전에 한번은 바나나를 가방에 넣고 신나게 자전거를 탔는데, 가방을 열자마자 핸드폰이며 수첩이며 파우치가 바나나 맛에 흠뻑 심취해있었다. 맙소사. 아침 시간에 20여분을 탔는데도 그새 바나나가 물러터지는 계절이 왔다, 온 것이다! 밖에서 바나나 먹기 어려운 계절이!! 




(*) 역시 여름엔 말린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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