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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왕자의 게임, 아니 본좌의 게임 : 본좌질은 계속 되고 있군요


△ 뭔 메일이... 




하나뿐인 남동생에게 살갑게 연락할 때는 몇 번 없다. 

'아이디랑 비밀번호 좀 알려줘.' 이게 내 주 연락 포인트.



어제였나, 네이버 아이디가 필요해서 좀 달라고 했더니 

아버지껄 쓰라며 절대 안된단다. 왜 ?



부연설명이 길어진다. 

대화를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오후 8:46] 아버지껄로하면안뎀?

[오후 8:46] 메일에 야동잇는데

[오후 8:46] ㅋㅋㅋㅋㅋ

[오후 8:46] 지울수없다

[오후 8:46] 메일 안본다

[오후 8:46] 네이버클라우드 공유하는데 거기도 야동있는데

[오후 8:46] 보면안된다ㅋㅋㅋ

[오후 8:47] ㅋㅋㅋㅋㅋㄱㅋ 외롭나

[오후 8:47] 아니 여기사람들중에

[오후 8:47] 본좌하나잇어서

[오후 8:47] 몇개받았다

[오후 8: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따 안본당게



왜 좌표까지 찍어주는지 모르겠지만 (보라는거니?)

어쨌든 메일과 클라우드에 야동 두둑한 금고를 오픈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문득 동생의 취향이 궁금해져서 

메일과 클라우드 목록을 열었는데

와아. 



제목 캡쳐만 해도...









오빠나 남동생이 있는 여자들은 한번씩 다 겪었겠지만 우리집도 성장과정에서 야동으로 인한 눈물겨운 일이 있었다.

지금이야 각자 개별 피씨를 쓰지만, 그때만 해도 한 가정에 한 대정도 피씨가 있었고 보통 남자형제의 방에 귀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할게 많았겠지!)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잘 믿지 못할수도 있지만, 나는 중고등학교때까지 피씨게임에 열을 올리던 사람이다. 새벽 세시까지 잠을 안자고 게임을 했다. 뭘하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이라 그때 밤새서 게임하면서 느낀게 '아, 이러다간 내가 프로게이머 아니면 게임 중독자가 되겠다' 싶어서 끊었다. (끊게된 계기는 아래에 있다.)심지어 동생보다 게임도 잘했다. (ㅋㅋㅋ) 아무튼 그 때 나도 피씨를 끼고 살았기 때문에 맨날 컴퓨터를 서로 쓰려고 동생이랑 싸웠는데, 어느날 야릇한 동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앞부분과 하이라이트 부분만 찍어서 좀 감상하다가 '이 좋은걸 부모님도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바탕화면으로 바로가기 커서를 빼놨다. 헤헤. 



반나절도 안지났을꺼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는 야구빠따를 손에 들고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고, 아빠는 '남자가 그럴수도 있다' 고 애꿎은- 그러니까 화를 내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 표정으로 엄마와 동생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피씨는 자연히 거실로 옮겨졌고, 나도 새벽까지 게임하는데 애를 먹다가 여차저차 너무 빠지니까 걱정도 되고 해서 끊었다. 동생은 그 뒤로는 아마 집에서는 힘들었을텐데, 어쨌든 혼자 어디서든 취향을 키워왔는지 오늘 문득 목록을 보니 입이 쩍 벌어진다. 본좌가 너 아니냐. 그 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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