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겨울가을겨울인가. 5월로 접어들자마자 무서운 폭우가 쏟아진다. 오늘은 결국 폭풍우를 뚫고 푸하하 크림빵을 사러 가다가 우산이 홀랑 뒤집어졌다. 값비싼 일제 우산인데! 한손에는 엉거주춤 우산을, 한손에는 크림빵을 들고 빗속을 헤치며 먹었다. 꼭 그래야 했냐고 물으면 지금에야 그럴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하겠지만, 그 순간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 않겠나. 나이가 몇살인데 길가에서 얼굴에 크림까지 줄줄 묻히면서 그러고 집에 왔겠나.
제일 유명하다는 소금 크림빵을 샀다. 원래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나보다 뒤늦게 매장에 들어선 남자가 오로지 소금 크림빵만을 쓸어담는 통에 나도 그만 조급해졌달까. 짠단짠단으로 1인 크림빵 섭취량을 극대화하려는 매장의 전략템인지도 모르겠다. 제일 잘 나간다는 이유도 짠단짠단 때문일거야.
급하게 먹느라 사진은 없지만, 크림빵에 소금이 수북 있고 물어뜯으면 크림이 쭈아악 담겨있다. 내가 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베어물면서 바로 느꼈다. 그래봤자 커다란 빵을 두 개나 다 먹었지만. 나는 역시 단단단단, 딴딴딴딴이었어. 다음에 가게된다면 그릭요거트나 딸기맛을 노릴 것이다. 달콤한 빵 위에 뿌려진 소금은 싫었어.
늦은밤, 비가 한풀 꺾이고 하늘에는 길 잃은 빨랫줄이 펄럭인다. 동아줄일까. 옛날 옛적 동화에서 호랑이가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 떨어져 수수밭을 붉게 물들였다 하지 않았던가? 바람에 풀썩이는 가느다란 동아줄을 문득 잡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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