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진 찍는다고 추운데 하루종일 힐신고 여기저기를 쏘다녔더니 다리가 엄청 뻐근하다. 못 일어날 지경이 되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늦게 일어나면 죄책감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무조건 더 빨리 일어나는 편인데 문득 '아 일찍 일어날 이유도 없는데!' 하면서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울고 있는 내 뒷모습이 보였다. 왜 우는지 이미 알고 있었는데 - 역시 모든 작품은 자의적인 해석도 필요하지만 원작자의 의도를 물어봐야 한다. 내 꿈은 내가 원작자니까 - 뒷모습이 너무 서러워서 마음이 아파 깜짝 놀랐다. 게다가 또 설거지를 하고 있을건 뭐람. 맘 놓고 그냥 편히 울지. 여지껏 꿈에 내가 나온적은 한번도 없어서 좀 놀라기도 했다. 늘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는데, 내가 내 모습이 보이다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 내가 입고 있는 옷이랑 꼭 같아서 순간 '이게 유체이탈인가' 싶기도 했달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깼는데 그 순간 눈물이 줄줄 나서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세면대를 붙잡고 막 울었다. 예전에 어떤 드라마였나, 여주인공이 울음을 참으려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세면대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는 거기에 얼굴을 처박으면서 우는데 막 울면서도 그 장면이 생각났다. 아니, 나 이렇게 슬펐었나. 다리만 아픈줄 알았는데 다리가 아픈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꿈에서도 울면서 마음이 엄청 아팠는데, 그 통증도 고스란히 배 어딘가에 남아 있어서 힘껏 울고 나서도 한동안 얼이 빠져있었다. 방바닥에 엎어져서 계속 아픈 배를 잡고 있었다. 이건 마음이 아픈거구나. 마음이 이렇게 아픈거구나. 한편으론 마음이 아픈걸 이만큼 깊게 느낄 수 있어서 아직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 마음과의 통로가 닫혀버리는 어른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 한편으론 마음이 이렇게도 아직까지 너무나 여려서 슬펐다. 나는 평생 이렇게 여리게 살 수 밖에 없는거니까 똑같은 자극에도 더 감당할 것이 많을 것이다. 같은 것에도 더 많이 기쁘고 더 많이 슬프고.
계속 얼빠져있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지 문득 친구 어머니가 연락이 왔다. 재작년 친구 결혼할 때 한번 통화하고는 그 뒤론 쭉 연락이 없으셨는데 어인 일이지. 갑자기 남자를 소개시켜 주시겠다며 문득 내 생각이 났단다. 그러시냐고 한참 웃는 내게 어머니가 아무 말도 안하고 딱 한마디만 하셨다.
'야야~ 남자 얼굴이 미남이란다!'
미남 좋아한다는 내 평판이 어머니 귀에까지 흘러들어갔습니까. 친구년을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변요한 닮았으면 만나볼 생각은 있는데. 배 아픈 것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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