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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다정한 거울

순백!

동생이 정해준 한도 내에서 고른 생일선물은 하얀 원피스다. 나는 검정도, 하양도 싫어해서 검정과 흰색을 가져본 일도, 걸쳐본 일도 드물다. 내게 지독하게 검정이 없구나, 라고 생각한 일은 대학 졸업시즌과 맞물려 졸업식과 면접같은 것을 준비해야 했을 때. 그때도 썩 내키진 않았다.

회색과 남색과 분홍이 지나치게 많은 나는, 올 겨울은 어찌된 일인지 줄곧 검정에 파묻혀 있었다. 검정 파카에 검정 어그에 검정 가방까지들고 겨울 속을 검정검정 걷는 것이다. 눈동자도 머리칼도 새까만 검정이니 그야말로 검정뿐이다. 게다가 이번엔 결혼식을 비롯해 왠만한 곳엔 편하게 입고갈수도 없는 하얀 원피스를 덥석 고르다니. 하얀 원피스는 지나치게 차려입었다는 느낌인데다 도무지 세탁이 부담스럽다.

나는 저 새하얀 원피스를 언제, 어디서 개시하게 되려나. 작년 친구의 결혼식처럼 하얀 옷을 입고가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할 터인데. 정말로 웃기는 사실은, 작년 가을부터 줄곧 '봄에는 레몬색 원피스를 사고싶다' 라고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도무지 어찌된 영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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