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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출근

 

 

 

 

 

아침. 몸을 일으켜 씻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 채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그러니까 매일 아침의 비슷한 때마다 비슷한 후회를 한다. 

 

 

좀 더 두꺼운 코트를 입을걸.

치마 입지 말걸.

스타킹말고 쫄바지를 입을걸.

이 날씨에 무슨 구두, 운동화 신을걸.

양말을 좀 살걸.

 

 

그러고는 끝내 '겨울없는 나라로 이민갈거야!' 이 연사, 소리높여 외칩니다아아! 매해 겨울마다 거듭되는 이민 다짐으로 모든 생각에 종지부를 찍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꾸린 것이라 딱히 탓할 사람도 없다. 오늘은 문득 옷을 꺼내 입다가, 어렸을 땐 엄마가 옷을 골라주고 입혀주고 머리를 땋아주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웃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옷도 척척 고르고, 남들이 이상하다고 하는 옷도 잘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나. 언제부터 혼자 밥도 잘 먹고,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고, 생전 처음가는 나라에도 덥석 가는 용감하고 외로운 사람, 혹은 용감하게 외로운 사람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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