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으면, 그러니까 너무 급해서 달랑 두 정거장 거리를 버스 타지 않는 이상 - 그래도 걷는 것과 시간이 똑같다. 버스를 타면 빨리 간다는 생각은 그냥 기분 탓 - 매일 똑같은 길을 비슷한 시각에 걷고, 인사만 안했지 낮이 익은 얼굴들을 스친다. 나의 지난 직장도 역시 걸어다녔는데 가는 길마다 늘 마주치는 '성시경' 을 2년정도 매일 봤더니 나중에는 인사를 하고 싶어 못견딜 지경이 되었다.
/ 어 머리 잘랐네
/ 어 시경씨 염색했네
/ 어 시경씨 코트샀네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그 2년도 넘는 매일동안 맞은편 시경씨는 날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제 벌써 4개월이 넘어가는 새 직장으로의 출근길에는 고정 게스트가 셋이다.
1. 얼굴에 온통 섹시밖에 없는 여자. 진짜 겁나 섹시함. 예쁜건 아닌데 그 얼굴에 섹시를 빼면 뭐가 남을지 모르겠음.
2. 반바지가 하나도 안 어울리는데 주구장창 반바지만 입는 여자. 요즘 날이 바뀌어서 긴바지로 갈아입었던데 못 알아볼 뻔.
3. 겁나 잘 생겼는데 옷을 못 입는 외국인
출근길을 따라 걷다보면 1,2,3의 순대로 게스트를 만난다. 일단 섹시한 여자. '오늘도 합격!' 이라는 찬사를 속으로 보내며 횡단보도 위에서 서로를 스쳐치면 곧바로 반바지가 안 어울리는데 반바지만 주구장창 입는 여자가 등장한다. 반바지보다는 긴 치마나 긴 바지가 어울릴 체형인데 굳이 반바지를 고집할까 싶기도 하지만 개인취향이므로. 늘 귀에 하얀색 이어폰을 꽂고 무테 안경을 쓰고 어딘가를 째려보는 무표정한 얼굴로 따박따박 걷는다. 반바지녀를 보내고 나면 잘생긴 외국인 등장. 불과 작년까지만해도 외국 오빠와의 로맨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올해초에 이집션에게 한 번 데이고 나니 아무 관심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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