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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가슴 : 에 밑줄하나

서른. 내게 당신은

 

(출처 : 백종민 작가 https://brunch.co.kr/@seoulsale/67?m)

 

 

 

 

어젯밤 달이 참 날카롭게 예뻤다. 어느 책에서 읽은 '양 끝에 칼날을 매단' 그런 달, 까만 밤하늘을 정확하게 찌르던 달. 그 달을 보고 문득 그 애가 연락이 왔다.

 

그 쪽으로 가고 있어. 오늘 달 봤어? 달 보니까 니 생각나서. 너 달 같잖아. 몽롱하잖아 늘. 몽환적이잖아 너. 

 

그런 말을 품고 내게 와서는, 그래. 저 글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체 불가능까진 아닌데 꽤 적당한' 문장을 찾았다며 문장과 문장 사이의 어느 여백을 쿡 짚으며 자기가 이쯤 있노라고 말했다. 그 여백이 어찌나 크던지 순간 마음이 짜르르했다. 쓸데없기는. 결혼반지 낀 손에 내 맨손을 포개고는 잠깐 밤 어귀를 걸었다.

 

 

 

 

갑자기 문득 2년간 세계여행을 떠나서 엄청스레 싸우고 닳아버리다 닮아버린 두 사람, 어느 자리에서 만나보아 안다. 한 곳을 바라보는 그 결이 참 예쁘다 싶었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남편과 아내 모두 글을 쓴다. 가끔 찾아 읽는데 오늘은 남편이 쓴 글을 읽어내리다 '내게 은덕은 대체 불가능하다' 이 한 문장에 쿵. 심쿵. 은덕 자리에 살며시 내 이름을 넣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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