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저지리 어느 귤밭. 남의 귤밭에 들어가 상큼한 사진 하나 찍어보았다. (시큼한건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로망이 농장에서 무엇을 채취하는 거였는데, TV에서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귤따는 모습을 보면서 환장했던 기억이 있다. 저건 꼭 해봐야해! 결론적으로 남의 귤이니 손대진 않았지만, 귤밭에 들어가는 호사를 누렸다. (체리 농장에서 나무 흔들어보는 것도 로망이다. 흐드드득 푸드드득)
아무 버스나 타고 이름 모를 동네에 내려서 걷는데 펼쳐지는 귤 농장이여!
무슨 소리만 계속 나고 사람이 아무도 안 보인다. 알고보니 라디오 소리인데 워낙 넓어 소리의 출처도 찾기 쉽지 않은 상태.
밭 언저리를 한참 두리번 거리다 겨우 어르신 한 분을 발견. 귤을 따고 계시다. (내 인생 로망이여!)
귤따는 뒷모습을 가만히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보면 좀 무서웠을게야. 어떤 낯선 여자가 줄곧 귤따는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한참을 바라보다가 겨우 어르신이랑 눈이 마주쳤다.
- 안녕하세요오!
- (고갯짓만 끄덕) 다시 등을 돌려 묵묵히 작업에 열중하시는 어르신.
- 어르시이이인!
- (못 들으셨다)
- 어르시이이인! (귤밭에 들어가보고 말겠다는 인생 로망)
- (고개를 돌려 쳐다보심)
- 저 한번만 들어가보면 안되요??
- (들어오라는 손짓)
- 어디로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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