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品/곳

강원도 삼척 후진


바다는 그대로인데 옛 정취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식당이며 숙박업소들이 건물을 크게크게 지어 주변 풍광을 다 가려버리고, 밤에는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어 쌔까만 밤의 정취를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삼척의료원에서 꼬박 이틀을 보냈다. 내 키보다 작은 방에 여럿이 구겨져 잠을 자려니 문밖으로 자꾸만 발이 삐져나왔다. 건물곳곳에 영화 <외출>의 장면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장식용으로 생각하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이 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씌여있었다. 갑갑증을 느껴 의료원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걸었다. 시장이 근처에 있어 시장을 둘러보았는데 별 다를 것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땡볕에 두어시간을 더 걸어다녀 보았다. 어디를 가든 모든 풍경이 자꾸만 똑같아진다. 얼마전 TV에서 한 원주민 부족의 생활을 보여주었을 때, 그들의 집에 걸려있던 빨간색 플라스틱 대야를 보고 느꼈던 당혹감과 비슷한 감정이 스쳐갔다. 편한 생활을 하면서 그들에게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불편을 요구하는 내 스스로가 이기적으로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여행이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언젠가가 '곧'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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