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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자취를 감추는 풍경 :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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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옥수수를 삶아 먹는다. 내 돈으로 처음 사본 옥수수다. 해마다 여름이면 강원도 할머니집 다녀오는 길에 찰옥수수를 샀다. 엄마는 손이 커서 이웃들 나눠준다며 백자루씩 막 샀다. 대구 여름이 오죽 덥나.옥수수를 그냥 나눠주면되지 뜨거운 찜솥에 붙어앉아서 옥수수 백자루를 삶겠다고, 대구사람들은 강원도 옥수수 삶을 줄 모른다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엄마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겨울이면 또 김치를 한가득 담아서 주변 나눠주고 그런다.몸살까지 나가면서.)

나는 옥수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엄마가 삶아놓은 옥수수를 기껏해야 한두자루 먹었다. 몇 해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자연히 옥수수가 우리집 여름 풍경에서 사라졌다. 오늘 옥수수를 마주하고서야 그 풍경의 부재를 알아차렸다.

벽에 걸린 액자처럼 가만할 것만 같은 일상이지만, 퍼즐 몇 조각이 비어버린 액자처럼 슬며시 자취를 감추는 풍경들이 있다. 한참을 모르다가 우연히 그 부재를 알아차리고 빈 자리를 쓰다듬는 순간들.

#옥수수 #가족 #강원도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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