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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제주도 가면 다 나을거야


드디어(?) 제주행이 내일이다. 각자의 도시에서 금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서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엄마와 2박 3일을 보낼 예정. 업무 때문에 제주는 몇 차례 방문 경험이 있지만, 늘 가던 장소에서 보던 사람들과 먹던 음식만 먹고 돌아와야했던 엄마의 입장에서는 꽤나 기다려지는 시간일 것.

그러나 평소 국내여행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다 두어해 전에 충동적으로 제주를 가본 적이 있어 - 그럴리 없겠지마는 그만하면 다 봤다고 생각 - 다시는 갈 생각이 없었던터라, 엄마의 제주행 제안이 썩 내키진 않았다. 아니다, 혼자 제주를 갔다와야겠다는 엄마가 몹시도 못 미더워 회사에 휴가를 쓰고 내가 따라나섰구나. 물론 그녀의 '빅피처'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가기로 해놓고 어찌나 가기 싫었던지, 제주 관련 소식만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고 비행기 표를 취소하자고 엄마를 조르기를 몇 차례.
/ 폭설때문에 공항이 폐쇄됐대!
/ 다음 주엔 괜찮을거야.
/ 아니, 진짜로 심각하다니까. 나 출근 못하면 책임질껴?

숙소예약도 코스짜기도 미적미적거리며 저만치 뒤로 밀어놓다가, D-5 D-4 슬슬 초읽기를 하면서도 영 잡히지 않는다. 걷다가 아무 숙소나 들어가지 뭐. 그런데 어쨌거나 엄마는 제주 여행을 편하게 할 운명인지, 제주에 몇 해전 내려간 지인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떠나기 3일전에야 알게됐다. 나는 그동안 목공소라고 생각했거늘! 게다가 장기해외 여행 중이던 그녀가 귀국한 것도 이번주. 공항에서 급행버스를 타고 성산항으로 가면, 그녀가 우리 모녀를 픽업나오기로 했다. 미적미적거리는 와중에도, 지난 번의 제주 여행에서 버스를 타고 슥 지나쳤던 사려니 숲길이 특별해, 사려니 숲길을 가보고 싶다고 그녀에게 이야기 했더니 숙소에서 멀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에 게다가를 덧붙이면, 내가 퍽 좋아하는 가수분이 최근에 제주에서 공연을 가졌는데 그가 공연을 가진 아름다운 카페가 바로 우리가 머물 곳의 근처이다. 이사한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길이 멀어, 새벽 비행기를 어찌 타나 염려하던 차에 문득 친구 하나가 공항 근처에 산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 딱 한번 들었는데 어떻게 그걸 기억해냈을까, 놀라워라. 칭찬해. - 마침 부모님이 시골에 가셔서 집을 비웠다는 이 퍼펙트한 일정. 친구의 집에 하룻밤을 청하러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 글을 쓴다. 사방에서 제주로 가라고 등을 떠미는데 갈 밖에.

참고로 나는 이번주 내내 감기에 시달리다, 결국 어젯밤에는 온 방을 운동장삼아 자는 내내 땀을 흘리고 몸부림을 크게 치며 오한과 몸살에 괴로워했고, 급기야는 오늘 출근도 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슬며시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제주도 가면 다 나을거야.
라고 하신다.

예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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