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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7년 5월 24일 : 좀 기대도 되나

△ '누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동생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한 살 터울의 하나뿐인 동생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 녀석 하는 짓이 영 마뜩찮았어요. 왜 그리 유난을 떨면서 학교를 다니는지, 대학교를 다니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제적을 당할 수 있는건지, 회사를 다니면서는 또 뭔 불만이 그리 많은지, 왜 연애하나 제대로 못하고 제 마음 못 추스리는지, 가족 행사에는 어찌 그렇게 이기적으로 쏙 저만 빠질 수 있는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도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이 녀석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마뜩찮았지요. 다른 인격체이니 다른 것이 당연한데도 '한 배에서 낳았는데 어찌 그리도 다르냐' 가 이 녀석이 듣던 단골 잔소리. 홀로 고요하고, 책을 좋아하고, 누구에게도 감정을 쉬이 드러내지 않던 누나와는 달리 이 녀석은 늘 우당탕탕하고 시끌벅적했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1%도 없는 리더십이라는 항목도 꽤 적절하게 갖추고 있어서, 늘 반장에 전교회장까지 맡던 녀석이네요.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긴 슬픔을 토로하기에, 바쁜 일도 미루고 열심히 전화를 들어줬더니 오늘 아침에도 '누나'라고 - 저 아쉬울 때만 - 불러제끼기에 순간 철렁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무슨 큰 일이 난건가? 다름아닌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한 슬픔. 어쩌면 저리도 철이 없을까, 어쩌면 저리도 어릴까...라는 한숨과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다독여 주기를 여러 차례. 


'기대도 되나' 라는 물음에 그러라고 답했지만, 실은 엉덩이를 시원하게 발로 차주고 싶습니다. 정신 좀 차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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