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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냉장고 파먹기 × 생선

'냉장고 파먹기' (냉파)라고 주부들 사이에 유행하는 가계 절약법이 있다. 말 그대로 냉장고를 채우는 대신, 있는 재료를 알뜰살뜰 요리하여 먹는 것이다.

뭐든지 대량으로 구매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80%이상을 눈물과 함께 버리며 '다시 안 그래야지' 하지만 또 그러고 있다. 두유는 한 번 살 때 100개 정도, 씨리얼도 10팩씩, 에너지바 같은건 80개. 이렇게 유통기한이 긴 것은 두고두고 먹는다는 핑계라도 댄다. 1인가구 이면서 홍합5kg, 당근 10kg, 코코넛워터 2리터들이 20개, 편강 5kg, 사과 10kg, 상추 2kg . . 아껴보겠다고 대량으로 구매해 오히려 구매가격에 쓰레기 봉투값만 얹는다. 자취를 시작한지 5년 가량 되었으니, 그리고 마침 새해가 되었으니 더이상은 대량구매로 나의 속과 냉장고 속을 썩이기 싫어서 나도 냉파를 실천 중. 어차피 여행가기 전에 한번 싹 비운터라 과일 몇 알 밖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그 과일도 다 먹고 남은거라곤 총각김치의 손잡이 뿐이다. 무만 먹고 남긴 이파리가 층층마다 수북. 눈물을 머금고 이파리를 볶아먹기도 하고 떡국을 끓이기도 하고 그냥 씹어먹기도 하고 갖은 방법을 총동원하는 중인데, 그 탓인지 어쩐지 요즘 집에서 하는 식사가 통 즐겁지가 않다.

밥하기 싫어 귀찮은 마음에 빵과 간간이 총각김치 손잡이로 끼니를 때운 덕인지, 어제는 갑자기 빈혈이 확 몰려왔다. 철분! 철분이 필요해. 핑 도는 머리를 바로 잡고 일어나는데 동생에게서 '생선'하고 카톡. 아니, 내가 빈혈인걸 어떻게 알고? 생각해보니 생일선물의 줄임말이다. 2월이 되자마자 누나의 생일을 챙기는 갸륵한 마음이라니.

어쨌거나 빈혈에 생선이 좋은건 맞다. 그렇지만 나는 생선을 먹지 않는다. 육류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갑자기 인터넷을 막 뒤져 빈혈에 좋다는 대추를 몇 키로나 샀다. 아주 많이 먹어야하지 않을까. 나는 늘 이런 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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