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제철이 있다는데, 겨울이 제철인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온몸을 잔뜩 웅크리고 아직도 제철을 거부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문득, 가만히,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면서 뚜렷하게 사람들의 입김이 퍼져나가는 것을 본다.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어깨를 잔뜩 구부리고 덜덜 떨면서 겨울이 온 것을 느낀다. 겨울이 왔다는 건, 다시 추운 계절이 왔다는 건 나의 온 몸으로 마음으로 봄과 여름과 가을을 잘 지났다는 거겠지. 마디마디마다 즐겁게, 감사하게 건너왔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때려치고 싶은 적이 많았고 바닥에 주저 앉아서 운 날이 더 많았다. 며칠 전만 해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또 다시 그럴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행복하다고 고백해본다. 그 이유를 주절주절 적다가 다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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