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건너 식빵 한봉지 사러가기도 몇 번을 망설이는 중이다. 어제 결근까지하며 사투를 벌였는데도, 어째 몸상태는 더욱 극으로 치닫는 중. 버스에서 내려 힘겨이 집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괜스리 눈물이 핑 도는걸 눈을 부릅뜨고 참아본다.
나도 안다. 내가 삶으로 초대한 일이라는 걸. 일에 치이다 못해 화장실 변기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린 요며칠. '차라리 아파서 회사 안갔으면.' 주문처럼 틈만나면 외워댔더랬다. 뭐 얼마나 잘 살아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남의 떡이라 크고 달아보이는걸 빤하게 잘 알면서도, 기어코 남의 떡과 손에 쥔 내 떡을 비교한다. 초라하다.
어쩜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그렇게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걸까. 힘들땐 뿅 나타나 눈물을 닦아주고, 배고프다 싶을땐 양손 가득 일용할 양식을 배달해준다. 현실엔 없는 일이라 그때문에 기어코 드라마의 존재이유가 여실해지지만, 이런 날엔 아무 드라마라도 좋으니 나도 왕자님 좀 빌려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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