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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모든 것을 중재하는 카레처럼 배가 고파서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아침부터 떡볶이를 해먹을 요량으로, 잠들기 전 (아마 새벽 세시) 냉동고의 떡을 꺼내두었더랬다. 아, 물에 불려놨어야 하는구나. 아침에 일어나 당장 떡볶이를 먹을 수 없어 대체할만한 먹이를 궁리했다. 어느 학자가 말했었나. 인간의 뇌는 끼니를 궁리하며 비약적으로 발달했다고. 어쨌거나 배고픕니다, 삐약! 카레, 카레다! 며칠전부터 서촌의 '하와이 카레' 라는 식당에 가보고 싶었는데 그 욕구가 작동한 것인지 오늘 아침은 왠지 카레다. 마침 카레 가루가 있어 카레 가루를 따스운 물에 살살 풀고 불려둔 검정콩과 병아리콩을 넣었다. 꼭 필요한 것을 뺀 나머지를 다 갖춘 자취녀라서 설탕, 소금이 없더라도 월계수 잎사귀와 큐민같은 향신료는 갖추고 있기에 병아리콩도 있는 것이다. 물.. 더보기
연남동 히메지 카레 : 집밥 생각 난다면 연남동 히메지 카레. 연남동 맛집에 조심스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카레집. 툭툭누들타이 뒷문 바로 옆집이다. '카레'라는 큼지막한 입간판이 눈에 띄니 쉽게 찾을 수 있다. 식사시간 맞춰갔는데 다행히 한 팀만 기다리고 있어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그 뒤로 사람들이 와다다다 들이닥친데다가 좁은 가게에서 다들 나름의 '웨이팅'을 하고 있으니, 왠지 식사자리가 불편해 퍼뜩 먹고 일어서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카레를 워낙 좋아해서 이것저것 내 나름의 레시피도 많이 시도해보고 있기 때문에, 카레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늘 크다. 히메지 카레는 사실 '와!'하는 맛있는 카레라기 보다는 집에서 만들어먹는 그냥저냥한 카레맛-나쁘다는 뜻은 아님-이다. 먹다보면 맵싹한 느낌도 살짝 있고. 카레우동도 나름 기대를 했는데, .. 더보기
난 빵 싫어합니다 나는 빵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빵으로 끼니 때우기를 싫어한다. 스무살 무렵에는 과자, 빵만으로도 몇끼 혹은 며칠을 너끈히 버텨냈는데, 한해한해 시간이 갈수록 빵으로 끼니 때우기가 그렇게나 싫더라. 으레 그러하듯, 나도 입맛이 변하는 줄로만 알았다. 마지못해 스파게티를 포크로 어설프게 감아 넣으며 '나는 밥 먹어야 되는데' 볼멘소리를 하는 나이들처럼. 그런데, 오늘 시간에 쫓겨 편의점에서 급하게 빵을 사 엘리베이터에 서서 우겨넣는데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드는거다. 슬픈거다. 아...내가 이래서 빵을 싫어하는구나. 빵이 싫은게 아니고, 빵 먹는 정황이 싫었던 거구나. 빵먹는 정황. 그러고보면 빵으로 끼니를 때울때는 시간에 쫓겨 바쁘거나,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바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