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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내가 사랑한 첫 문장>_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 나는 본디 소설을 싫어한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삶에 대한 피로도 때문이다. 이미 내 삶만 하더라도 매일매일 꼬박꼬박 스물네시간을 풀로 방영하고 있는데다 - 꿈에서도 뭔가는 계속된다. 더욱 극적으로! - 피해갈 수 없는 이런저런 인간관계들의 삶까지 더해지고 있지 않은가. 작게만 봐도 회사 상사와 동료와의 이런저런 트러블, 연인과의 감정싸움, 부모와의 갈등, 일회성 술자리에서의 적당한 비위 맞추기와 뒷담화까지... 피로하다. 이미 피로도가 만땅인데 뭘 또 굳이 가상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본단 말인가. 가상 인물들도 이런저런 갈등을 겪고, 사건을 맞이하며,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절망한다. 저자가 운영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대해서는 몇 년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아는 출판사 대.. 더보기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_ 첫 문장의 미덕 첫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았습니다. 문장이라는 것은 이렇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통 알 수 없다. 세상엔 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해볼 기회가 없거나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단순한 결심이 서지 않아서 재미를 놓치는 때가 많다. (p.316) 400글자에 이르는 이 긴 문장은 우선 어디서 숨을 끊어가며 읽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중략) 한 문장을 이처럼 길게 쓴다면, 그것을 읽게 될 사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작가에게 큰 부담이 된다. 문장을 길게 쓰면 쓸수록 틀린 문장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길게 쓰면서도 문법에 잘 들어맞도록 쓴다는 건 여간 노력해서는 잘해내기 힘들다. 첫 문장은 완벽한 한 문장이다. 게다가 문장을 읽었을 때 입안에서 맴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