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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방의 기분 △ 그렇게 예쁜 방에 살면 어떤 기분이야? 지난 토요일에 방을 좀 치우다가, 어제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 커텐이 아직 없어서 아침마다 누가 햇살 몇 양동이를 창문으로 퍼붓는 기분. 일어나라! 철푸덕. 으악 - 방을 치웠다. 새로운 공간을 나의 구미에 맞게 이래저래 채워나가는 작업은 늘 나에게는 좀 많이 어려운 일이다. 어릴때부터 나의 작은 방에 너무나 많은 것을 채워넣어야했기 때문에, 테트리스처럼 무엇과 무엇의 틈을 기가막히게 찾아내거나 지어내고 그 틈에 무언가를 박아넣는 일에는 도가 텄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통째로 부여받는 일은 좀 버거운 것 같은 기분. 오히려 빽빽한 공간에 무언가를 잔뜩 집어넣으라면 잘 해낼 자신이 있다. 옷 넣는 장의 칸칸마다 옷들을 차곡차곡 개어 넣었다. 한 칸은 치.. 더보기
2015년 7월 16일 : 7월의 절반을 썩둑 △ 선배가 보내온 여행일기. 선배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사진을 제일 잘 찍는 것 같다. 어제 드디어 새 집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전 주인의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좋은 집이다. 퇴근 후 회사분들이 -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사 전에는 내가 어떤 모양의 일자리를 얻을줄도 몰랐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도 몰랐으며, 어떤 집을 얻게될 줄도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될 줄도 몰랐다 - 이사를 도와주었다. 그저께는 대리님 차로 대부분의 짐을 옮겼으며 어제는 과장님이 모는 BMW를 타고 나머지 잔 짐들을 옮겼다. 차에서 내려 "나 비엠떠블류 타고 이사했네." 라고 감탄사를 내뱉자 과장님과 내 옆자리 짝꿍 현진이가 깔깔거린다. 현진이가 방을 보고 참 따뜻하다고 했다. 퇴근 후, 김포까지 가는 현진이의 버스를 .. 더보기
계속해서 5월 26일 : 서사정리도 계속해서 △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지 혹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혹은 삽시간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릴테지만. 기다리는 전화 한 통이 있어서 낯선 번호가 울릴 때마다 온통 덜컥거렸다. 오늘 오후 다섯시에 오기로 한 가스검침원의 이른 방문을 알리는 전화였으며, 새벽에 문득 구입한 얼마전부터 몹시 읽고싶던 시집의 도착을 알리는 전화였다. 짐을 싸는둥 마는둥 어지러운 물건들 사이에 어설프게 쭈그리고 앉아 시 몇 편을 읽기 시작했다. 방 한 귀퉁이에 빼곡쌓인 책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또 짐의 무게를 늘이고 있다니. 오랫동안 읽지도 않던 시는 왜 또 갑자기 읽겠다는건지는 알 턱이 없다. 짐을 싸다말고 종이박스 몇 개를 구해다주기로 한 친구에게 '나 좀 구해줘' 라는 SOS를 보냈더니 깜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