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12일 : 엄마와 함께 뚜비뚜바 DAY 1
△ 꽉 채운 2박 3일
뚜비뚜바 뚜뚜바 뚜비뚜바 뚜뚜바
아들아 아름다운 세상에
서로 모르고 찾아왔지만
아빠라 부르고 아들이라 부르니
얼마나 신기한 인연이냐 우리는
아들아 무엇을 생각하니
난너를 보기만해도좋구나
우린항상 이해하는건 아니지만 사랑해요
쑥떡같이 말해도 찰 떡같이 알아듣죠
김국환,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中
딸아이의 공연을 볼겸 엄마가 서울에 왔다. 2014년 4월 방문 후 처음이니 꼭 2년 8개월만의 재방문이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가 재미있고 기쁠 수 있도록 일정을 짜고, 근처 맛집과 공연장을 미리 다 물색해두었다. 서울 올라와 이런 저런 곳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닌 보람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계획 짜는데 그리 어렵진 않았다. 공연준비를 하는동안 엄마의 빈 시간이 생길까 괜히 신경이 쓰여, 스타벅스 쿠폰도 하나 쥐어드렸는데 혼자서 책 읽으며 잘 보내고 있던 김여사님. 내가 별 걱정을 다했구나. 어느 랩퍼 말마따나 내가 나사NASA도 아닌데.
▷ 10일 : 새벽 6시 30분 기차를 끊어드렸다. 서울역에 마중가기로 했으나, 금요일 밤 11시에 집으로 들어와 새벽 2시까지 방을 치우고 다시 5시부터 동트는 창문을 보며 치웠는데도 도저히 짬이 안난다. 기울어진 행거를 똑바로 세우고 옷을 다 바로 걸고, 쌓아둔 박스를 다 내다버리고, 쌓인 설거지를 하고, 쌓인 빨래를 하고 널고 개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서울역에 도착한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 어디고.
/ 내 못나간다. 혼자서 찾아 가실 수 있겠어요?
/ 문제 없지!
서울역에서 버스타기는 좀 복잡할텐데. 내일 있을 공연 준비가 아침부터 있어서 나도 부랴부랴 서두르느라 엄마를 더이상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다행히 엄마는 잘 도착하신 듯.
△ 다음날이 공연인데 하루전에 급하게 악보 챙기는 1인. 장하다.
쉬지않고 세시간동안 노래 부르기. 중간중간에 엄마가 미사 끝나고 혼자 뭐하시려나, 까페는 찾아갈 수 있으려나 걱정이 올라왔지만 걱정한다고 중간에 뛰어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노래 끝나고 신나게 엄마한테 버스타고 뛰어가려했으나, 광화문 집회 때문에 교통이 꽉 막혀서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다행히 스타벅스를 찾아 스무디를 마시며 책 보고 있었던 여사님.
내가 좋아하는 버튼업. 런치타임에 가면 식전 샐러드와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엄마는 먹물파스타가 맛있다고 했다. 둘다 입술이 시커매져서 막 웃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엄마가 광화문 집회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갔다가, 다시 홍대로 와서 비보이 공연을 봤다. 엄마는 비보이와 연이 있는지, 2년 전에도 나랑 함께 비보이 공연을 봤었다. 2년전에 본 건 <비보이가 사랑한 발레리나> 였던 듯.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 반 쯤 되었나. 엄마가 어쩐 일로 짐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라면박스 하나를 택배로 부친 거였다. 엄마랑 함께 택배를 뜯어봤다. 귤, 감, 사과와 말린 떡, 가래떡, 모시 송편...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는 엄마는 저녁 8시 반에 꿈나라로.